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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정말 중요한 것들은 잘 알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있다. 내 위가 불편한 것이 위암증상때문인지, 만성위염이 있어서인지 잘 알수가 없는 것처럼. 늘 있는 증상인 경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마련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암처럼 목숨을 노리는 치명적인 것이 아무런 주목을 끌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암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아직 정전중이고, 북한의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며, 북핵문제 때문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인 것이 분명하다. 암에 못지 않게 무시무시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배에서 느껴지는 증상에 둔감한 것처럼 북한이란 존재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았다.
종전이 아닌 정전인 상태로 수십년이 지나고, 아직도 휴전선에 백만여 군병력이 밀집되어 있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이로인한 경제봉쇄에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심각하고, 기아와 굶주림이 만성화되는 상황에서 김정일의 건강마저 흔들리는 지금은 북한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것 같다.
해외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에는 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해외투자자들의 시각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지대이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그 위험성을 다시 깨닿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의 모습. 어쩌면 지금은 1994년 전쟁직전으로 까지 갔던 상태와 비슷한지도 모른다. 그떄처럼 그 위험 속에 있는 우리들 자신만이 우리들이 처해 있는 위험한 상황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은 혹 아닐까.
이 책은 참 차분한 책이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좌파나 우파의 시각에 경도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북한문제에 대해서 분석을 한다. 저자의 이력상으로는 정통 학계 본류로 보이지는 않는다(나의 과문 탓이겠지만). 국민의 정부에서 일했다고 해서 좌파적 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북한에 관한 상투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들에서 얻을 수 없었던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이 들어 있는 책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에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북한관련 서적을 집필할 여유와 용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은 대부분의 책들에서 볼수 있는 기존에 여기저기 기고한 글들을 짜집기한 책이 아니다. 처음부터 일정한 계획을 세워서 각 부분별로 논리정연하게 내용을 이끌어서 결론을 내는 책이다.
이 책의 결론이 뚜렷하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은 정말 어렵지만 상황이라는 것은 항상 유동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게임에 참가하는 참여자들이 각기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수도 있다. 이 책은 북한관련 게임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의 입장을 깊이있게 분석한 책이다.
쉽게 접할수 없었던 체계적인 정보는 닫혔던 나의 눈을 트이게 해주고, 신문의 해설기사 수준에 머물던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게 트이게 해준다. 북한의 내부사정,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기본적인 입장, 미국과 중국이 북한과 관련하여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관한, 잘 모르던, 혹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식의 접근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다. 무언가 모르는 것이 있는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 것인지를 모를떄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것일때 느끼는 그 답답함. 이 책은 바로 그 느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책이다. 내 가슴속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의 절박함을, 내 머리속에 세상을 파악하는 날카로운 지혜를, 그리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