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남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2
스와 데쓰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들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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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은 충분히 메말랐다. 이 책을 대하면서 내 눈에는 이슬하나 맺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가슴은 충분히 굶주리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속이 이렇게 갈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드로메다를 추구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그렇게 강한 충격을 준 책이다. 이 책은 바로 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자화상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낄수 있다는 것. 내가 살면서 감히 입밖에 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글로 이렇게 남길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사보는 사람이 있고, 이 책에 상을 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으로 나는 혼자가 아닌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느끼는 사람들이 또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이 메마르고, 아프고, 팍팍한 거친 땅위에.

글로벌시대. 무한경쟁, 차별화. 상시 위기체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 우리를 짓누르는 수많은 과제들... 하루의 업무를 위해서 하는 일만이 아니라,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위해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들. 어쩌면 그조차 사치일지도 모르게 하루하루 숨막히게 살아가야 하는 삶, 누가 그렇게 하라고 떠밀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삶. 우리들은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

문득. 이 책을 보면서 이 책과 너무 다르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느끼는 것이다. 다르게 살수 있는 그런 삶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기에 퐁파를 말하는 사람. 안드로메다를 추구하는 사람. 아름다운 춤을 추는 튤립남자는 얼마나 이상하고 기괴한 존재인가. 그러나 거꾸로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볼때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또 얼마나 기괴하게 보일 것인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시선이 빚어내는 이 엄청난 크기의 불협화음.

그러나 이 책의 결말이 그렇듯이 세상을 규정하는 룰은 분명하고 그 결론은 슬프고도 아프다. 안드로메다적인 인간은 이 세상과 친화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어 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자신이 만족하는 그 삶을 살기 위해 이 세상을 견디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놓인 것은... 어디론가 알수 없는 사라짐. 부재.... 안드로메다로 향한 이주. 그 슬픔이다. 꿈은 현실을 이길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공감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충분히 좋은 책이고, 충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들 모두가 안드로메다 인간들이 아닐까.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속에 숨어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안드로메다 성향을 철저히 감추고 평범한 얼굴, 평범한 생활, 평범한 언어로 이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뿐. 남이 본능을 억제하는 약을 강제로 먹여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생존과 안일을 위해서 스스로를 억압하면서 자신속의 안드로메다를 잊고 생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문득. 이런 책을 만나는 날이면,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안드로메다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책을 읽고, 어디 구석에다 던져 놓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그리고 그날 밤 꿈속에서 목을 놓아서 이 슬픈 세상을 원망하고 안드로메다를 향한 그리움을 구슬프게 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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