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학 : 세계화 시대의 지중해 문명 살림지식총서 160
박상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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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에 지중해를 어떻게 바라보는 시선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화 시대이다.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보와 물자와 돈이 모든 경계를 허물고 빠르게 교환되고 있는 시대이다. 세계화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활 양식이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첫 세대이다.

전지구적인 규모의 세계화는 지금이 처음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경험 자체가 지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서는 지중해를 둘러싸고 오래전부터 활발한 교역과 교류가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지중해는 유럽과 소아시아, 이집트, 북 아프리카로 둘러싸인 문화권간의 교류의 장이었다. 일찌기부터 지중해는 페니키아와 이집트, 유대인들의 배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문화와 물자를 실어 날랐어다. 지금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또 다른 의미의 세계화였던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 다른 문화와 국가들이 서로의 산물과 문화를 교류하던 지중해의 세계화는 그리스에 이어서 로마의 패권이 굳어지고 지중해 전체를 둘러싸는 제국이 완성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문명간의 교류는 사라지고 패권주의의 영향하에 감시받고 통제되는 교역이 이루어지게 도었다. 자유로운 만남의 바다였던 지중해는 이제 유럽의 내해가 되고 만 것이다. 지중해는 이제 유럽의 호수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후 로마의 멸망으로 이슬람세력의 영향권이 확대되면서 지중해는 다시 유럽인의 호수에서, 세계인의 바다로의 지위를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유럽의 주도권이 강해지면서 지중해는 유럽이 이끄는 세계화의 물결에 물든 바다가 되어 버렸다. 만남과 교류의 바다가 아니라, 지배와 착취를 위한 통로로서의 기능을 하는 바다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줄곧 이런 관점으로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중해에 관해 말하는 책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으로서의 지중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지중해를 말하면서도 지중해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름이 지중해의 역사라거나 지중해의 중요성이 아니라, 지중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서의 학문이라는 뜻인 지중해학이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중해학이란 지중해라는 특정한 바다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명권들 사이에 놓인 바다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력과 세력의 관계에 관한 학문이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지중해학은 지중해뿐 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해와 동해라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 중국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그 바다는 중화의 바다가 되기도 했었고, 일본이 대륙지배를 위해 강점하던 바다이기도 했지만, 이제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나갈 역사에서 그 바다는 아시아의 나라들이 평화롭게 공존을 이루어나가는 바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한 패권에 의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지배되는 바다가 아니라, 진정한 공존과 번영의 세계화를 이루어 나가는 상생의 바다를 추구하는 책인 것이다.

이만한 책이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 기쁘다. 이 조그만 책이 포함하는 내용은 깊고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세계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화는 일방적 패권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가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과 상호존중을 실천할때 그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진정한 지구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모습을 지중해라는 바다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전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문명인 서구문명의 고귀한 발상지로서의 지중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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