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인간 삶의 아픔과 부조리함



새들은 그 먼 페루의 해변까지 날아가서 죽는 것일까? 먼 거리를 있는 힘을 다해 날아와 페루의 리마북쪽 해변에 널부러져 퍼덕이며 삶을 마감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이 책은 새들은 왜 그렇게 죽는지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인이 왜 새들이 죽어가는 페루의  해안에 와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남자가 자살하려는 여인을 구한후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 책에는 그런 의문들만이 가득하다.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작가는 왜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런점에서 친절하지가 않다. 아마도 그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인간군상의 삶이란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삶이란 그런 것이니, 그저 그렇게 적을 뿐이라고. 작품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삶도 원래 그렇게 투박한 것이라고...


로맹가리(Romain Gary1914-80). 그는 러시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여러나라를 거치며 갖은 풍운을 겪은 셈이다. 그는 게다가 2차 대전에 참전한다.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영예라는 레종 드 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의 경험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해, 인생의 후반을 작가로 이름을 날리며 살았다.


그는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명한 작가였다. 그런 영예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인간들의 삶이란 것이 그리 희망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이 책에 담긴 열 여섯 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아픔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그는 그의 작품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등장인물처럼 비극적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권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그의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관한 글들로 가득해 보인다. 이 책에 실린 열 여섯 편의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단편 ‘어떤 휴머니스트’에서는 전쟁이 끝이 났다는 것도 모르고, 언젠가는 전쟁이 끝나고 좋은 세상이 올것이라면서 지하실에 숨은 채 죽어가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가짜’라는 작품도 있고,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끊임없이 엽서를 보내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작품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부조리함과, 인간 존재와 존재들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보여준다. 그런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 아픈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인 우리들도 결국은 그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21세기로 접어들어서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전히 고독하고 외롭고 부조리한가 보다. 그러기에 아직도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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