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글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지나친 칭찬은 작가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박민규 같이 잘나가는 작가에게, 더더구나 이상한 안경을 쓰고 '폼나지! 작가는 원래 폼으로 사는거야" 라고 말하는 작가에겐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제하려고 해도 잘 돼지 않는다. 헤-- 벌려진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문체가 무척 특이하다. 표지사진에 있는 작가의 얼굴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특이한 문체이다. 문어처럼 흐물거리는 문어체로 쓰여진 문장은 마치 대화하는 이야기를 실제로 듣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문체에 담긴 문장의 내용은 단순히 특이한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이다.

작가는 아주 도발적으로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작가의 작업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나름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매우 직접적으로 매우 날카롭다. 해학에 넘치는 문장을 별생각없이 따라 읽다가는 그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 쉽상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척 재미가 있지만 그 재미에 너무 심취하지 말고 매우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처음부터 자근자근, 꼭꼭 씹어서 조심조심 읽어야 한다. 그게 갑자기 불쑥 나타나는 심각한 질문에 놀라서 체하지 않을수 있는 대비책 중에 하나가 될 것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엔 항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자극적이고 도발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짙굳고 험난하다. 그래서 이 책의 마력에 딸려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 책으로 인한 후유증을 한동안 앓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는 각오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대단한 매력덩어리가 될 것이다. 이 가을에 기어코 한번쯤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몸살을 앓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이상한 안경을 쓴 이상한 얼굴의 작가가 던지는 화두를 들고 가을을 앓아보는 것도 좋겠다. 한 가을 나기에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