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 소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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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서 삭제된 기억을 찾아서

책의 표지는 참 평화롭다. 예쁜 글씨가 영롱한 물방울처럼  평화로운 여행 자랑하며 반짝이고 있다. 저자도 활짝 웃음을 웃고 있다. 참 예쁘다. 그래, 그렇게 웃는 것이다. 이 세상에 평화를 위해서, 아니 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

이 세상이 평화롭다고?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 세상의 일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늑한 부분을 제외한 세상의 많은 부분은 평화롭지 않다. 폭탄이 비오듯 떨어져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데려가거나 팔과 다리를 뜻어가는 나라가 지금 이 시간에도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무작정 거리를 헤메는 나라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우리의 머리에 떠오르는 숫자보다는 더 많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의 추측보다 더 많을 것이다.

신문은 말한다. 오늘도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북한의 핵이 세상을 귀찮게 하고, 베네수엘라의 정신나간 대통령이 약간 상태가 좋지 않을 뿐입니다. 그 외에엔 에브리씽 오케이입니다. 주가는 오늘도 올라가고 다행히 유가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오늘은 아무일도 없습니다... 신문도 TV도 그렇게 말하는 바로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울고, 슬픔에 떨고 있다.

그들은 삭제되었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의 아픔과, 이 조그만 지구촌에 같은 인류라른 이름으로 살아갈 그들의 권리는 '원칙적으로만' 존재한다. 수년 수십년간에 걸친 그들의 단식투쟁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죽어가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환상적인 관광지의 사진들이 잡지를 호화찬란하게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에브리씽 오케이인이 세상에서 굳이 문제가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가 전하는 세상의 참상은 끔찍하다. 그 끔찍함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그 끔찍함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용기가 그 끔찍함을 참아낼만한 것으로 만든다. '아픔을 이길수 있는 것은 용기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평화로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평화를 느끼는 것이다.' 끔찍한 고통속에서 그런 말들이 튀어나온다.

그 아픔속에서 느껴지는 절절함이 나를 자기 위안의 안락함에서 이끌어낸다. 언제 직장을 잃을까. 나의 수입이 언제까지나 안정적일까. 나의 중년은 왜 이리도 허무한 것일까... 에브리씽 오케이인 세상에서 그런 삶의 무의미와 마주하고 있을때, 이 책을 마주친다면 정신이 번쩍들게 될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아직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만들어주는 책. 바로 이 책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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