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구두 - 전3권 세트
정연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의 삶을 관통하는 아픔과 아름다움

40년에 가까운 세월에 관한 이야기이다. 만화로 그런 세월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다니,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가슴 저릿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어쩌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이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용과 양식이 가장 잘 맞는 접점을 찾아낸 작품인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CF감독이란다. CF감독이 만화를 그리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런 사전지식은 책을 보며서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필터같은 기능을 하면서, CF감독이라는 특징이 이 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자꾸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CF적인 기법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듯하다.

과감한 생략과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강조, 그리고 은근한 아름다움의 미학. 그런 것이 CF적인 요소인 것인가. 아니면 모든 예술작품에서 다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어쨋든 한국의 영화나 문학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지루한 반복이나, 감상적인 연민들이 이 책에서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점이다.

압축과 생략, 그리고 주제에 대한 강조를 통해서 이 책은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가족간의 애환을 잘 나타내고 있다. 무려 40년의 세월. 그 긴 시간동안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것, 가슴에 맺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 그런 것들이 이제껏 내가 접해보지 못한 다른 어법으로 풀려져 간다는 것은 멋진 경험이 아닐수 없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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