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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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이런 책이 출간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서시장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서 무척 반갑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래서 내가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수도 있는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느낌과. 내가 좋은 느낌을 받았던 그 책이 추천대상의 책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을 볼때의 심정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그런 느낌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다. 사람이 한 종교를 가진 문화에서 태어나 그 종교를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부조리한 일이다. 내가 우연히 이 자리에 던져지지 않고, 혹시 저곳,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의 자리에 던져졌더라면 나는 어떤 인식체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사람이라면 저자와 같은 독한 아픔을 한번쯤은 겪어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이다. 편안하던 삶이 갑자기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내가 저 가난하고 어두운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우연만으로 그들의 고통에 비할바 없이 안락한 나의 이 삶을 당연시해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내가 오늘 하루의 삶을 오로지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양심이란 것에 비추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내가 사회가 관념적으로 규정하는 도덕에 소극적으로 저촉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는 신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의문들이 들면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려워져버렸다. 기복신앙에 대한 거부감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에 대해 침묵하는 신에 대해, 내가 믿는다는 종교의 신앙고백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는 종교양식에 대해... 그렇게 나를 둘러싼 무리들에 안주한다는 삶이 나의 양심의 평안을 보장해 줄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만큼 머리가 커져버린 다음에, 그런 것들은 영원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 의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좀처럼 울림이 없는 외로운 절규같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많은 아픔, 번민, 그리고 자살시도에 이르기까지... 저자와 나의 번민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지만 어쩌면 많은 부분이 닮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울먹이는 것을 여러번 느꼈었다. 그런것이다. 사람이 자신이 놓인 자리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해본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을 해본다는 것은. 그리고 그 아픔의 한가운데서 동류를 만나는 느낌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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