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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희망 ㅣ 유재현 온더로드 6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쿠바는 더 이상 체 게바라의 낭만으로만 이해 할수있는 나라가 아니다. 쿠바는 또한 '부에나 비스타 소시얼 클럽'의 구성진 열정을 통해서 들여다 볼만한 나라도 아니다. 그것들은 쿠바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하나 이지만, 쿠바는 무엇보다도 '현실'이다.
우리들의 하루 하루가 힘든 것처럼, 그들에게도 힘든 하루 하루가 있다. 우리의 내일이 꿈에 젖은 것처럼, 그들도 힘든 삶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발전을 향해 달음질 치는데 익숙하고, 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의 꿈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능한 선입견을 제거하고 쿠바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모든 전제를 없앤다는 것' 사실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 저자는 사회주의 쿠바의 모습에 동의하고, 쿠바의 혁명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저자는 자식이 속한 색깔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전혀 불손하게 비치지 않는다.
쿠바인들이 그러듯이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쿠바인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그리고 더 나은 삶을 획들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추구하던 보다 더 중여한 삶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염원할 뿐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 이 책은 설교를 하는 책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과연 진정한 희망이란 무엇일까...
빈곤에서의 탈피? 환경농법의 창조? 국영농장의 부분적 해체?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끝까지 가슴에 안고 가는 화두는 '중단없는 혁명'이다. 저자는 말한다. '혁명은 박물관에 들어가는 순간 혁명이 아니다.' 쿠바에서 느낄수 있는 것은 혁명이란 피빛의 광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빈곤과 때로는 굴욕과 때로는 가난을 참으며, 보다 더 중요한 가치, 즉 사람의 사람됨. 사람의 진정한 자유.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회제도의 유지... 그런 것들이 바로 희망일 것이라는 속삭임이다.
오늘날과 같은 속도감의 세계에서 쿠바를 바람직한 모델로 설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오늘과 같은 환경착취적인 경제 발전을 언제까지나 계속 할수는 없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언젠가는 멈춰서게 될것이다. 미친듯한 발전의 역사는... 그리고 대안을 찾으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릴때... 그곳에 쿠바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어쩌면 쿠바는 우리들 모두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삶의 희망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책의 곳곳에 가득히 담겨있는 아름다운 풍광과, 순수하고 편안해 보이는 삶들은 가난한 삶이라는 편견을 떼어내고 바라보면 아름다움의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쿠바에서 희망을, 느린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