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라게 한 책

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이 책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 책은 10명의 지리교사들이 오랜동안의 준비를 한 끝에 한달가량 남미를 여행한 기록을 책으로 남긴 것이다. 그들의 여행은 일반적인 관광 코스와는 사뭇다르다. 물론 그들이 남미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남다르다. 그들. 참 대단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다.

나름대로 남미에 관심이 있어서 그곳에 관한 책을 조금 읽었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펴낸 이 담백하고 소박한 책은 순식간에 나의 얄팍한 지식을 무너뜨려 버렸다. 지리교사이니 그럴수도 있겠지만, 책의 곳곳에서 살작 스쳐지나가는 문장 하나하나에서 나도 읽었던 여러가지 책들의 메시지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읽은 모든 책들을 거진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외에 그곳을 답사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의 남미에 대한 사랑도 어지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지식들을 어럽지 않게 œK아낸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몇가지 예를들면 안데스 산지의 원주민인 인디헤나들의 전통복장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은 스페인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입게 한 스페인 풍의 옷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들은 현지에서 현지의 음식을 먹고, 현지의 사람들과 감성적으로 어울리고, 그와 동시에 남미라는 곳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이중의 일들 동시에 하는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객관적인 관찰자와 그 문화속에 풍덩 뛰어드는 문화 체험가의 두가지 역활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역시 남미의 지리를 지리학적으로 풀어가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어느 책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그러한 지시들을 대하면서, 나는 내가 감상적인 문장으로 스쳐갔던 남미의 지리학적인 기반에 대해서 상당한 지식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러한 지리적 배경들이 그러한 역사문화적인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깨우침의 감동이 끊임없이 되풀이 된 독서경험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힘든 강행군을 하게 된 바로 그 동기였다. 지리선생님이 멀리 떨어진 곳의 지리를 답사할 수도 있겠지... 정도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의 모습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 이런 시도를 한 것이다. 그 힘든 과정을 끝내면서 지친 그들은 다시 다짐을 한다. 내년에는 또 어디로 갈까...

이런 선생님들이 쓴 책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었고, 그런 선생님들이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아직도 희망이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좋은 책에서 많은 새로운 내용들을 접하고, 기존에 알던 지식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감명깊은 독서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