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홍신 세계문학 9
앙드레 말로 지음, 박종학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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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 것인가.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일까.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라 역사가 뒤집어지고 갈등이 세상을 뒤흔드는 그런 혁명전야에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그 순간을 보내야 할 것인가. 인간이라는 한없이 고귀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앙드레 지드. 그는 문약한 지식인이었다. 글줄이나 쓰는 사람이 격는 고통과 회의는 지난 시대에 우리나라의 먹물들이 충분히 겪었던 것이다. 역사에 참여할수 밖에 없는 양심을 가진 존재이지만,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비만한 자의식이 현실과의 마찰에서 일으키는 거친 파열음을 감당할 능력을 가진 먹물들은 그리 흔치 않기 마련이다. 요령껏 현실과 타협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어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 가슴 먹먹한 시절을 보냈던 경험을 오히려 아픔으로 감싸 앉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먹물들의 흔한 모습이었다. 혹 그런 흐름을 주도하여 자신이 스스로 흐름을 주도하는 아주 소수의 뛰어난 존재들 역시 자기모순을 모른척하지 않고 격렬하게 충돌하는 세상의 물결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을수 있었을까.... 내밀한 감성과 거친 목소리를 함께 지니면서 끝까지 세상과의 모순을 지켜나갈수 있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기에 앙드레 말로라는 인물에 대한 감흥이 크고,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동이 더 진한 것이다.

한참 독서에 빠져들던 중학생 시절 손에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던 당시에는 무척 어렵던 책이었다. 그래서 동명의 소설이지만 일본인이 쓴 '가지'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인간의 조건을 읽고 말았었다.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속의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모색은 이 책의 주제와 많이 유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책이기에 가질수 있는 공통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차속에 묻어 있는 수없이 많은 존재들. 우뚝 높이 올라선 빌딩에서 내려다 보면 한없이 왜소하고 수없이 많은 군중속의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존대가 바로 인간이다. 그 하염없이 작은 인간의 엄청나게 큰 고귀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한사람의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만, 결국 그 역사는 그런 작고 작은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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