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홍신 세계문학 7
존 스타인벡 지음, 맹후빈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많다. 그 넓은 세상에 백년여를 거쳐서 수많은 문인들이 나타나 이른바 현대문학 작품들을 내놓았다. 좋은 책은 많지만 우리의 살이 우리에게 독서를 허용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학생 때는 공부를 위해, 취직을 해서는 일을 위해, 가정을 가지고는 가족들을 위해... 그렇게 우리가 가진 많고도 풍부했던 시간들은 조각조각 나뉘어지고 흩어져서 사라져간다.

 

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1년에 정독할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남들은 나의 독서량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분량일 뿐이다. 이젠 책을 골라서 보는 능력이 생겼다. 사실 독서의 편식을 막기 위해 책을 골라서 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넓은 시야로 세상의 내가 모르던 분야들을 넓게 넓게 읽는 것이 내가 원하는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절감하게 되는 시간의 제약은 그 모든 책들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되지 않는 독서시간조차 때로는 실용서적에, 때로는 전공관련 서적에, 떄로는 시사성 있는 책에, 때로는 일상의 피로를 풀기위한 오락성 책에 할애를 해야 할때가 많다. 인생을 논하는 깊은 시선을 가진 책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밀려나게 되는가보다.

 

그래도 읽어지는 책들이 있다. 명작이면서도 너무 시대상이 지금과 동떨어지지 않는 책들. 너무나 유명하기에 꼭 한번을 읽어야한 하는 책들. 내 심상과 너무 유사하기에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맛을 더욱 진하게 하기 위해 갈망하게 되는 책. 우연한 기회에 욕심을 내어 그 책을 만나게 되는 책들. 그런 이유들로 해서 나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한번씩 '진짜 책'을 만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 벡의 그 유명한 책. 나는 그 책을 아버지의 서가에서 중학교때 발견했었다. 그 시절은 아무런 생각없이 검은 활자가 인쇄된 거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가던 시절이었다. 인생에 대한 호기심은 강하지만 인생에 대한 깊이를 확보하지는 못했던 그 시절. 그 어린 시절에 만났지만 이 책은 나에게 강렬할 감동을 심어주었었다. 그 과거의 시간 어디쯤에선가 TV 명화극장에서 만나게 된 이 책을 바탕으로한 동명의 흑백영화가 준 강렬함보다 더한 전율을 준... 그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시절이 어렵다. 경제는 추락하고 일자리는 없다. 요즘 경제공황에 대한 우려는 잠시 잠잠하기는 하지만, 대공항 이래 최고의 장기 불황이자 가장 극심한 불황이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모든 상항들이 그때와 비슷하다. 부의 편재. 과장된 자산가격 거품.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 실업... 그리고 사람들의 아픔. 비록 수십년의 시간차는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 비슷한 풍견들... 이런 것들이 못읽은 명작도 많지만, 이미 읽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한다.

 

과거의 첫번째 대면에서도 그토록 저릿한 전율을 느꼇던 책이지만, 다시 대하는 이 책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삶을 살았던 그 경험들 덕분일 것이다. 삶을 미래형의 것으로 바로보던 까까머리 중학생이 느꼇던 그 소름끼치는 감동과는 약간 다른 느낌. 삶을 지나온 경험들이 생생하게 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그 공감. 내가 실감했던 모든 아픔. 내가 경험했던 모든 분노.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모든 감동... 그런 것들과 함께한 시간들... 그래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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