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홍신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한 10년전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산 것은 그보다 20년은 더 전 학창시절이었다. 문학에 목마르고 삶의 지혜에 갈증이 나던 그 시절에는 인쇄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읽고 소화를 시켜야 성이 차는 잡식성 먹물 중독자였었다. 학창시절 내가 모았던 책들이 내 방의 벽 세개를 가득히 천정까지 채우고야 말았었다. 물론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다. 아무리 책에 빠져 살았다고 하지만 그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게 잊혀져가는 책들 중에 살아남은 것이 바로 이 책. 백년동안의 고독이다. 10년전 중남미를 장기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지고 간 책 중에 그 오래된 백년동안의 고독이 있었다. 책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 고독이 100년가 지속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으리라...

 

지금은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을 꽤 읽었다. 많이 읽었다고 할수는 없지만 소위 중남미 작가들의 한 유파인 마술적 리얼리점, 혹은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책들은 대충 거쳤다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화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그들 작품들에서 좋은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리얼리즘적 어법의 창시자들중 한사람인 이 이 책에서 받았던 감동을 능가하는 책은 아직 없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10년전 정독을 했던 그 책을 이제 다시 읽고 또 다른 감동을 느끽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중미. 그리고 남미. 요즘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서 더 이상은 낮설지 않은 땅이 되었다. 페루와 칠레 같은 나라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주 소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에 대해 접하는 정보는 아직도 무척 제한적이다. 그들의 춤. 그들의 의복. 그들의 축제... 그들의 먹거리... 그들의 소득수준... 그런것들외에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 중요한 것은 그들의 내면이다.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삶과 얼마나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살고 있을까. 그들의 심상에 깃든 삶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그것과 얼마나 동질적이고 또 얼마나 이질적인 것일까...

 

사람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 어디에나 사람의 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진리같은 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정서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역사. 그들의 아픔. 그들이 세상을 인식해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호 모순적인 두 단어 리얼리즘과 마술, 혹은 환상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이런 류의 글이 탄생하고 강한 임팩트를 주고,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삶을 반추하고... 그러면서 내 인생 또한 낡아가고... 이제는 젊었던 그 시절과. 10년전 중남미를 여행하던 그 시절과 또 사뭇 다른 사람이 된 내에게 이 책은 더 강렬히고, 더 깊은 전율같은 아픔을 전해주었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읽고, 그러면서 그 감동이 성숙해 가는 책. 아마 10년 뒤쯤... 이 책을 다시 한번 읽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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