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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ㅣ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문학을 읽다보면 일본사회가 어떤지를 알수가 있다.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중에는 일본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맛을 느끼고 싶은 마음과 함꼐, 일본이라는 나라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나라의 소설이 그 나라의 삶에 대해 잘 이해하게 도와준다. 소설이라는 긴 서사적 양식속에서는 그 배경이 되는 나라의 삶의 모습과 함께 겉으로 보아서는 알기어려운 내면이 잘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소설은 특히 그 사회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일본은 우리와 지리적 역사적 무척 가까운 나라이고, 같은 동양으로서의 공통점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단어에서도 알수 있듯이 일본은 겉으로 보는 모습과 속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다른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사회의 겉모습을, 소설을 통해서 접하는 일본사회의 내면의 모습과 종합하면 일본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도 그 작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작품들은 그런 목적에 딱 맞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SF등 다양한 장르로 다작을 하는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에서는 드물게 사회성이 짙게 배어난다. 정의를 찾는 작가의 목소리는 작품의 소재뿐 아니라, 작품을 이끌어가는 전지적 관점의 작가의 나레이션에서도 계속 되풀이 된다.
그의 작품의 특징인 치밀한 인물묘사.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 따는 생생한 디테일들. 자연히 알게되는 사회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상식적인 감정들을 통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 관념, 예의관, 정의관... 이런 것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을 그런 실리적인 목적만으로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역시도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책을 즐겨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미미여사가 이끄는 스토리는 무척 치밀하고, 그의 작품에 친근한 독자들의 추리를 넘어서는 지적 흥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찡한 감동이 있고, 교훈이 있는 작품이라서 그녀의 작품은 항상 기본을 보장한다.
내가 일본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를 위에서 장황하게 적었지만, 내가 일본연구가도 아니고, 그런 실리적인 목적만으로 소설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녀의 작품은 재미가 있고, 읽고 나서 함량에 미달된다는 느낌을 좀체로 주지 않으면서, 위에 적은 실리적인 이익까지 있으니, 시간이 나고 지루한 느낌이 들때, 언제라도 손을 뻗어 선택하기에 망설여지지 않는 책이다.
그런 느낌은 이 책 RPG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 길지 않은 부피에 꽉 들어찬 구성과 감동과 두뇌게임이 무척 흥미롭다. 물론 일본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