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책이 참 재미있다. 베게로 삼기에 딱 좋을만큼 두툼한 책이지만, 책의 두께를 보고 너무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두꺼운 책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는 두꺼우면서 재미가 없는 책. 즉 책을 읽어가는 과정들이 고문같은 책들이다. 반면에 또 한가지의 책은 두꺼우면서 무척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남아있는 패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남은 페이지 수를 세면서 후- 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

 

이 책은 경제를 다루는 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아직도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국발 세계의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또 그 골치 아픈 이야기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라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시작되려고 하는 미국경제의 더블딥을 맞아서 우리가 다시 한번 이번 금융위기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우리들의 나라에서는 어떤 교훈을 삼을지를 알아보는데도 나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용성과 함께 재미를 갖춘책. 그래서 두터운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가 지금 다시 더블딥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애당초 재앙의 시작이 되었던 금융위기의 그 급박한 두려움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세계경제에 다시 100년만의 공황이 닥쳐온다... 고 하던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오늘날은 당시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어떤 사람들이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의 과정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었는지를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터운 책이 책의 끝머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의 각장들이 서로 다른 저자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이 금융위기와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우리들에게 보여주기에, 우리는 이 책을 한권의 두터운 책이 아니라 13권의 얇은 책들의 시리즈로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개성이 강하면서 나름대로 독보적인 저자들을 한데 묶어서 이 책이 통일된 일관성을 가질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마치 소설책을 읽는 듯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자 보면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미국발 미증유의 금융위기의 모습을 마치 3D영화를 보듯히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젠 그 파국의 시점으로 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아직도 우리가 그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하고 있지만, 그간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초기의 당혹감에서 벗어나서 '그 사태'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처럼 그 급박했던 위기의 시간들에 대해서 유머러스 한 시각을 가지고 편안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때 우리들을 그렇게 괴롭혔던 그 위기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가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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