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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세상을 관리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땅과 바다와 하늘에 걸쳐서 많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영역들을 우리의 뜻에 따라서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가 발견하고 확장한 우리들의 세상은 결코 우리들의 마음대로 움직일수만은 없다. 흔히들 말하듯 우리는 우리의 영역을 땅과 바다와 하늘로 넓혀왔지만, 결코 그것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혹은 우리가 그 영역들을 정복하기는 했을지 몰라고, 결코 그 영역들을 우리들의 마음에 들게 안전하게 관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까운 예로 금년 여름에 우리들의 수도 서울의 강남 한가운데를 덥친 그 어마어마한 비를 생각해보라. 문명과 부의 상징이었던 서울 중에서도 강남이 한순간에 물폭탄을 맞고 그 기능을 상실할 정도가 되었다. 엄청난 자금을 퍼부어 공사중이던 4대강의 치수사업도, 강물이 우리들에게 가한 역습으로 인해 군데군데 파괴되고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힘이 무척 커진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아직은 인간이 모든 것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 아닐수 없다.
그러면 인간이 좀 더 발전된다면 어떨까. 우리가 좀더 주의하고, 좀 더 많은 노력을 가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을까. 짧은 시간내에 엄청나게 커지는 인류의 지식의 축적을 통해서 우리는 마침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쓰나미로 인한 일본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나 그와 유사한 문제, 혹은 아직까지 우리가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장차 우리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재앙들에 충분히 대비하고 그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수 있을까. 예컨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의 인류의 발전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공동체로의 회귀는 사실 한두번 언급된 내용들이 아니다. 수많은 지성들이 인류가 만들어 올린 찬란한 문명의 탑이 스스로 붕괴해 내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수많은 석학들이 우리들이 가야 할 곳은 다시 소규모 공동체로의 회귀임을 밝히는 저서들을 내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잘 요약하고 정리하면서, 다른 책들이 우리에게 주장했던 것들을 무척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공동체.... 맞은 말이긴 한데... 허황된 공상주의자들의 이상적인 주장으로 생각하던 나에게도 무척 마음에 다가오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공동체에서 기본적인 소비를 하고 남은 생산력이 있어야 인류의 지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가 공동체로 돌아가고 산업화된 농업의 상당부분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축적된 인류의 지적인 자산을 전면적으로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적인 삶의 지혜를 회복하되, 과거의 공동체적인 사회보다 훨씬 발달된 정보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서비스 부분을 상당히 포기한다면 우리는 과도한 소비와 환경의 파괴를 막고, 인간의 문명화된 삶과 이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간의 착취의 한계를 맞추는 노력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지식이 우리를 언제까지나 더욱 더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오래된 미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지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잘못 생성된 관념이 우리의 뒤통수를 공격하는 그 시간이 오기전에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낸 지식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꼭 필요한 지식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바로 그런 노력을 해 나가는 무척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우리가 앞으로 쌓아가야 할 지식은 바로 이런 지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