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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 ㅣ 스토리콜렉터 5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북로드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블러드 오스. 피의 맹세이다. 한 뱀파이어가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리고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국의 대통령을 위해 힘들고 고된 일들을 도맡아서 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뱀파이어와 그 뱀파이어의 인간 콤비는 오늘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의 중간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벌인다. 그냥 그만 그만한 뱀파이어 소설중 하나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이 책의 놀라운 상상력과, 이 책이 서술하는 그 멋진 모험의 치밀한 디테일 떄문이다. 허황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단지 허황되다고 말하기에는 아까운 심리묘사, 그럴듯한 상황의 치밀한 설정, 유려한 문장이 이 책을 또 하나의 새로운 문학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도대체 뱀파이어 소설들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 것일까. 초기에 드라큐라 이야기가 나올때, 뱀파이어란 전설을 소유한 서양인들의 치졸한 상상력이라고 생각을 했었었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면서 뱀파이어들의 이아기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노멘클라투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그리고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트와이라이트 시리즈가 등장하여,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뱀파이어 이야기가 마침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영화로 거급 제작되는 블레이드 시리즈. 게다가 드라마로까지 제작된 트루블러드에 이르기 까지. 마침내 이 책은 대통령을 위해 전지구적인 음모에 맞서 싸우는 뱀파이어를 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스토리가 부를 창조하는 시대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창조하고, 그 스토리를 통해 부를 창조하는 시대라고 한다. 해리포트 시리즈를 통해 전셰계를 열광시키며 단 10여년 가량만에 일곱권의 소설을 펴냄으로써 단번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기업보다 더한 부를 창조한 한 대단한 작가를 그 상징으로 꼽기도 한다. 그런 예의 또다른 상징이 바로 뱀파이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법사란 캐릭터가 유럽문화의 상징이라면, 뿌리가 짧은 미국문화는 태생은 유럽이지만 사실 유럽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뱀파이어를 미국적인 스토리의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좀비와 뱀파이어로 대표되는 미국문화의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는 뱀파이어는 내가 위에서 언급한 내인생을 스쳐간 대단한 뱀파이어 캐릭터들과 비교해 전혀 무자람이 없는 또 하나의 훌륭한 캐릭터이다. 저주받은 운명을 타고 났으되, 인간보다 더한 인간성을 지닌 존재. 사악해 보이지만 인간보다 더 고결한 존재로 위험을 무릅쓰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뱀파이어의 내면과 그 영환의 목소리가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잘생기지도, 너무 고결하지도, 너무 멋지지는 않으면서, 인간적인 매력과 인간을 넘어서는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존재와 너무나 인간적인 두 파트너가 벌이는 모험의 재미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로서는 무척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