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홍신 세계문학 5
허먼 멜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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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백경' 그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책이다. 책이 주는 페이지 수의 부담감. 그러면서도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거대함. 그래서 항상 서점에 갈때마다 망설임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책이 아니라 영화로 접하게 되고, 그 영화에서 받는 거대한 감동에 다시 책을 읽고 싶은 망설임에 설레이게 만드는 책. 그게 바로 백경이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생각보다 콤팩트하다. 다른 책들에 비해 크기가 작다는 뜻은 아니다. 책의 표지에 분명히 '완역본'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가. 완역본이되 각 페이지의 두꼐가 얇다. 그리고 한 페이지당 들어 있는 글자의 크기가 조금 작다. 너무 작아 읽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되, 페이지 수를 부풀리려고 큼직큼직한 글자를 박아 넣은 책도 아니다. 이 책은 그런 배려들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편하고, 무게감도 없으면서, 가독성은 충분하게 만든, 백경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담은 이야기를 부담없이 읽을수 있도록한 책이다.

 

백경의 다른 번역본을 읽어본 적이 없으므로, 이 책의 번역의 수준을 평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히 오래전에 쓰여진 명작들이 그러하듯, 고어체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눈으로 각장면의 그림을 직접 보듯이 세세하게 묘사하는 풍경이나, 각각의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그리는 문장들이 읽기에 까다롭지는 않다.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치고는 생각보다 현대적인 문장이고, 읽히는 속도감도 빠르다. 처음의 몇 페이지를 지난후에는 책에 푹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강렬한 흑백영화로 이미 명화로 알려진 영화를 통해서도,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부터, 소년들이 읽는 동화책에까지 다이제스트로 만들어진 책들을 통해 이 책의 장대한 줄거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문학작품이라는 것의 진정한 힘은 그 책의 문장들이 만들어가는 세세한 묘사들이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를 음미하는 그 졸깃졸깃한 질감을 느끼는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작품들의 요약본에 만족하지 않고, 완역본을 찾고, 좀 더 제대로 번역된 책을 찾아 읽은 책을 또 읽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만이 원작만이 줄 수 있는 진정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책을 즐겨 읽는다는 나 조차도 주변에 원작을 즐겨읽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쉽게 그런 도전에 나서지는 못했었다. 핑계거리야 항상 넘치지 않겠는가. 이미 내용을 아는 책이라고, 그렇게 방대한 내용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들고다니기 힘들어 자투리 시간에 읽기가 번거러워서...

 

그러나 우연히 용기를 내어 주저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읽은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면서 원작 읽기의 즐거움을 나에게 일깨워 준 책이다. 충실한 번역. 두텁지 않은 책. 큰지 않은 사이즈. 가독성이 좋은 활자.... 이런 것들이 주는 영향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여태까지 원작에 도전해 보지 못한 나의 용기없음이 너무 지나친 것이어서 일까.... 생각보다 즐겁고, 기대보다 더 큰 감동을 받은 멋진 도전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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