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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수다 - 진보에 홀린 나라 대한민국을 망치는 5가지 코드
조우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한때 유행처럼 사회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보주의자를 자처했으나. 이 책의 저자가 묻는 정당한 물음처럼 나는 진보가 무엇인지 모르는 진보주의자였었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내가 보수주의자인지, 진보주의자인지 잘 알수가 없다. 그때 사회에 나타나는 사안에 따라서 때로는 보수적인 의견을 때로는 진보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집의 밥상머리에서만 그렇다. 남들 앞에 나가서는 나는 전혀 정치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세상까지 구원하려고 나의 어줍잖은 색깔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투표할 때가 온다. 때로는 이당이, 때로는 저당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에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가 보기도 싫어서 아예 기권을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혹 기표란에 찍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음' 이라는 칸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투표율이 획기적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간략하게 말하지면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치적 그룹으로 분류되는가 하는 것이 싫어서 나의 견해를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도 가끔 친구들의 모임에 가면 '형은 아무래도 레프트야' 하는 소리를 들을때도 있고, 어떤 자리에서는 이 사람은 너무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거 아니야? 하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사실 정치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우리나라에 정치적인 논의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정치적인 논의의 장이 너무나 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정 사안에 관해서 이쪽이다, 아니다 저쪽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미숙하고, 무조건 좌측이다 아니다 우측이라도 주장하는 것도 옳지가 않다. 그러나 세상을 뒤덮는 온갖 주장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지지나 반대, 혹은 무조건 진보가 좋으냐 보수가 좋으냐 하는 색깔론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선 다른 것을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주장은 정치인에게서도, 언론에서도, 길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88만원 세대의 비참함을 설파하는 사람의 책을 읽기도 하고.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책을 읽기도 한다. 때로는 성장을 미루더라도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책도 읽어본다. 그러나 모든 책들은 선전용 팜프릿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구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성장을 위해서 정리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까지의 투자를 해야 할 것인지, 혹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그것이 얼마만큼 세금의 부다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나마 이 책은 보수를 주장하는 이유를 댄다. 이러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 자신은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갖는다는 생각을 댄다.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유를 대는 것이다. 이런 것이 참 중요하다. 보수를 지향하든 진보를 지향하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분명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 필요한 댓가는 어떤 것이 있고, 그 댓가를 감당할만큼 정당한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그런점에서는 이 책은 부족한 점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필요한 대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만한 성과조차도 아쉬운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앞으로 좌를 주장하는 책들도, 우를 주장하는 책들도, 구체적인 사안에 구체적인 이유들과, 그것을 위한 비용과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책들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