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반가운 책을 만났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는 내 고민중의 큰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심각하게 진행되는 노령화에 대한 대책이었다. 나 스스로가 나이가 들어가니 나의 노후와 전반적으로 노령화 되어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개인의 입장으로만 보면 나라야 어떻게 되든 든든한 현금만 가지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준비해 놓은 것이 그렇게 든든하지 못한 나로서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노령화 대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우리나라의 급속한 노령화를 걱정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의 노령화에 대한 안전장치중 국민연금을 포함한 건강보험등 사회적 부분에 관해서는 나의 자식 세대가 부담을 지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들어가기 힘든 대학을 들어가서 또 한번의 취업전쟁을 치르고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구한다는 요즘 젊은세대들의 힘겨운 과제를 끝내고 나더라도, 내 아이들의 세대들은 전반적으로 노령화된 사회의 납세자가 되는 또 다른 힘겨운 짐을 지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그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헤택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정치적인 힘의 비중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노령자, 빈곤계층, 차상위층, 불안정 고용자,, 이들 복지 비를 내는 것보다 복지 혜택을 받는 비중이 더 높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수록 그들이 가지는 정치적인 파워(투표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스와 같이 나라가 디폴트 위기를 맞게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길거리로 나서지 않더라고, 그런 길로 가고 있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그길로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고령화와 신빈곤층이 늘어나는 현상의 당연한 정치적인 귀결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나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아직은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지기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그런 제도를 정비하고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 정치권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상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다가오는 선거에 대비해서 우선 집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치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을 모르는듯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장과 분배, 출산율의 증가, 투명한 연금관리... 미래를 준비하고 파국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방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좌파는 좌편향된 시각으로, 우파는 우편향된 시각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정치인은 그저 표를 모으기에 급급해서, 기업들은 우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들의 미래에 눈감고 있는 사이에, 무심하게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한발 할발 위기를 향해, 노령화 사회와 양극화 사회의 깊은 덫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동적인 책이 아니라 차분하게 우리가 놓인 현실을 조감할 수 있는 이런 책이 출간된 것은 무척 뜻깊은 일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서 우리 사회에 거대한 담론을 형성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