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김해생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청량감을 주는 산뜻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은 동화가 아니다. 긴 한편의 장편소설이다. 무척 아름다운 책이지만, 책의 내용이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느낌은 마치 생생한 동화를 읽고난 어린아이의 느낌같다고 할까... 너무 아픈 이야기를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으로 표현했기에, 피와 고름이 난무하는 생경한 이미지가 필터처리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아프고 충분히 고통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아름답기도 한 책이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가 추천사를 쓴 것처럼, 이 책은 음악가로 거듭나는 한 여인에 관한 책이다. 가장 처절하게 아프고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수미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뛰어난 아리아를 부르는 밤의 여왕 역을 맞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힘든 과정을 겪고 동양인이 밤의 여왕을 차지하게 된 것처럼, 그녀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려한 음악인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사람이 얼마나 처절할수 있는가를 표현하기 위해 이 책의 도입부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전원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나는 어린시절에도 아이는 사물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꿈꾸며 성장해 나간다. 이야기의 군데군데에서 장래에 펼치게될 음악적인 미래에 대한 복선들이 깔리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펼쳐지는지. 저자의 글 솜씨는 솜씨를 넘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가장 훌륭한 기교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그 아름다움속에서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가혹한 운명은 처음에는 시련의 시작이라는 것을 눈치채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그토록 시종일관 부드러운 터치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그림속에서 눈치빠른 독자는 그림속의 아름다움속에 생경함과 폭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예를들면 "빨리 꺠우치지 못하는 아이들은 개인지도가 필요하기도 했다"는 한마디로 기차 차창의 풍경처럼 스쳐지나가는 단 하나의 짧은 문장으로 가혹한 폭력을 묘사하는 부분들 같이.

 

물론 추락의 끝이 여기가 다는 아니다. 과연 이 추락의 끝이 어디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전히 아름다운 문장들로 이루어진 꼭 같은 글들이 묘사하는 아픔은 사실주의 소설들이 묘사하는 생경한 언어와 구호로 난무하는 글들보다 더 처절하게 느껴진다. 단지 아프고 추한 모습을 그대로 생생하게 드러내지 않을뿐이지. 그 아픈 느낌은 오히려 더욱 리얼하게 읽는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을 것 같다. 세상에 이토록 아픈 아픔도 과연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아픔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한편에는 대단한 꿈이 있었던 시절이고, 한편에는 그 꿈만한 깊이의 심연같은 아픔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장소라는 것은. 아름답고 고요한 산간 마을의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과 잘 대비되는 넓은 세상에서 홀로 외로움과 아픔과 세상이라는 폭력을 견디는 나약하지만 강인한 소녀의 모습. 그리고 막판에 터져나오는 피날레의 팡파레가 이 책을 완성하면서 삶이라는 것의 승리를 멋지게 축하하는 한편의 오페라 같은 소설이다. 무척이나 매혹적이라는데 이의를 달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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