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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물고기. 서울에서 가까운 소래포구에 가면 바구니 마다 넘쳐나게 담겨 있는 그 싱싱한 물고기들. 노량진 수상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만날수 있는 바다에서 나는 그 날 것들의 이름이 물고기이다. 바다를 찾아 그물을 드리우면 우리들의 입을 향해 언제든 달려올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생물들. 우리는 그것들을 생물으로 대하기 보다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당연히 소비되어야 할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작년 배추값 파동때와 마찬가지 이유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고등이 가격의 인상이 저녁뉴스의 톱을 장식하기도 하고, 부지런한 정부가 물고기 가격 안정화 대책을 내 놓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희미하게 이젠 바다에 물고기도 예전과는 무언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보구나... 하는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겁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바다라고 그런 변화에서 예외가 될수는 없겠지. 우리들의 의식에 희미하게 그런 자욱을 남기고 스쳐가는 매일 매일 넘쳐나는 그렇고 그런 뉴스중 하나로 소비되었을 뿐이다.
포 피쉬. 책의 표지 그림처럼 푸르른 바다에 서식하느 네가지 종류의 물고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는 막연하게 낭만적인 의도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나를 놀라게 한 책이 되었다. 먼저. 녹녹치 않은 글쏨씨를 자랑하는 저자의 유려한 문체때문이다. 요즘의 효율적인 세상에 적응하면서 글쓰기 마저 능률을 강조하며 획일화된 시대가 아닌가. 오랜만에 본격문학작품에서도 느끼기 힘든 감성과 지성이 잘 어우러진 산문을 대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책 읽기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물고기와의 대면은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멋진 인도를 따라서 목격한 물고기 세상의 비밀스러운 지식은 우리가 평균적으로 알고 있던 물고기 세계의 지식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는 인문학적 과학적 역사적 철학적 품위를 느끼게 하는 읽을 거리였다. 참치회의 맛스러움 연어의 기품. 대구의 담백함을 아울러 느끼면서, 그들 서로 다른 종의 물고기들이 거쳐온 장구한 역사와 그들이 인간이라는 새로운 우성 종과의 만남에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느끼면서 기나긴 서사를 경험한 후에 느끼게 되는 장엄한 비장미를 경험하게 되는 멋진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멋지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그 멋진 경험이 내포하는 비극성의 상대편에 있는 대상인 인간 무리에는 나도 함께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들을 멸종시킨 어부의 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생선을 즐겨먹는 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어부들이 힘들게 품을 팔아가며 물고기의 씨를 말려버릴 유인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지구라는 유한한 세상의 대륙보다 더 큰 바다에서 그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도 모를 수가 있었을까... 왜 우리에게는 이렇게도 놀라운 정보를 그렇게더 제한적으로만 전해지게 되었을까.
고래잡이 금지. 돌고래의 귀환. 저인망 어선의 폐혜. 수산자원의 고갈. 이렇게 멋진 단어들로만 반복되어 들려올뿐 그 생생한 육서을 들을수가 없었던 주제에 관해서 이렇게 깊은 통찰과 이렇게 넓은 시각을 가지고,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멋스러운 문체로 그 주제를 포괄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껏 우리들 주변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우리들의 시선이 너무 땅위의 것들에만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도도한 역사의 과정을 나타낸 장편서사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이 그렇듯 이 멋진 독서물을 접하고 나서 적는 글도 책에 대한 세세한 평가보다는 이런 감정적인 떨림의 호소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