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 - Man vs. Machine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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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체스챔피언을 이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벌써 10여년 전이라고 한다. 세월이란게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는 것을 느낀다. 10년전. 그때는 아직도 전화 모뎀이 직-직- 소리를 내면서 천리안을 접속하던 그런 시절이 아닌가.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티폰이 유행하던 당시의 모습. 그런데 그 시기보다도 전에 컴퓨터는 체스챔피언을 이겼다고 한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기술발달의 모두가 아닌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상용화에 성공한 일부 기술들일 뿐이다. 여전히 일부 상용분야를 제외한 여타 IT분야의 첨단기술들은 강대국,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점유하고 있다. 그들과 우리들 사이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저가를 들여 완성한 우리의 휴보가 걷고 춤을 추지만, 일본의 아시모의 정교한 걸음걸이와는 차이가 난다. 기술의 완성도란 걷는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걷는가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다. 컴퓨터는 인간보다 훨씬 빨리 계산을 한다. 내 무릅위의 소형 노트북도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 나는 잊어버린 옛노래의 가사도 컴퓨터는 절대로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그런 컴퓨터가 체스에서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인간 챔피언을 이길수 있게 된지 10여년이 지난 2011년. 왓슨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컴퓨터가 인간 퀴즈왕을 이기는데 성공을 했다.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것과 퀴즈 챔피언을 이기는 것에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리고도 빠듯하게 힘든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두가지 도전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체스는 경우의 수라는 수학적 연산을 통해서 이길수 있다. 그러나 퀴즈챔피언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방대한 자료를 빠른 시간내에 검색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자료들중 가능성이 높은 것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선택한 자료가 정확한 것일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물론 왓슨이라는 컴퓨터가 인간 퀴즈왕을 이기기는 했지만, 왓슨이 인간의 언어를 진정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구글이 명사로 된 단어를 가지고 키워드 검색을 하듯이, 왓슨은 명사와 동사 전치사 등을 가지고 검색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퀴즈왕을 이긴 것과 인간의 지능을 가진 것과는 천지 차이인 것이다. 물론 체스 챔피언과 퀴즈 챔피언 사이의 발전은 눈부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인공지능이라는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몹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은 컴퓨터라는 인공지능이 자아를 인식하고, 인간에 대립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느끼는 시대가 올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컴퓨터의 능력이 향상되더라도 언제까지나 컴퓨터는 인간이 부여해준 임무만을 단순히 대행하는 도구에 불과할 것인가. 왓슨을 개발한 IBM 내부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고 한다. 요즘 우리가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들 중 최고의 인간도 풀지 못한 의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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