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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국을 말하다 - 위기론과 불패론 사이에서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한참 떠오르는 강력한 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인들 자신에게 중국은 자손심의 원천이면서, 또한 앞으로 계속 발전을 이뤄가기 위한 진정한 동력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가진 나라로 보이나보다. 중국인들이 쓴 책들 중에 유난히 서방세계가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논지의 책들이 많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음모론적인 시각을 가진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세상의 질서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전재로 하는 책이다. 중국인이 쓴 책들 중에서 드물게 차분하게 핵심을 잘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도 앞으로의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책의 구절구절들에서 읽을수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앞으로도 그런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에 이러렀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목인 '가격경쟁에서 가치경쟁으로' 에서 읽을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하면 중국이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지를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자주 언급되는 '업종의 본질' 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마케팅 용어를 빌어서 말한다면 '상품의 정체성' '상품에 부가되는 이미지의 가치'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이 '업종의 본질' 이 가져다 주는 부가적인 가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것은 현재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며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와 같은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고,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하다가는 결코 중국이 미국과 겨루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여타의 중국저자들이 쓴 책들이 기고만장하게 중국의 자만심을 자랑하거나, 중국의 땀과 노력의 결과를 외국자본의 음모에 의해서 수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완연히 다른 시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업종을 탐구하면서 그 업종의 선두주자들이 어떻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들의 제품(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것들)을 어떻게 고급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는지를 설파한다. '업종의 본질'적 가치를 주목하고 그것에서 차별화된 제품과 이미지를 만들어 낼때 비로소 가격이 아니라 가치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하는 책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그리 낮선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우리들도 수년전부터 가치창출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중국인 저자의 입장에서 그런 문제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고, 중국적 현실에서 그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알아보는데에 있는것 같다.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원칙은 중국이나 서방이나 같다는 전제하에서 중국인이 택한 결론이 어떤 것인지, 어떤과정을 통해 그런 결론이 내려지는지를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