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과학 - 생생한 판례들로 본 살아 있는 정의와 진리의 모험
실라 재서너프 지음, 박상준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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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과학은 전혀 다른 종류의 학문이다. 법은 사회의 평균치의 공감대를 모아서, 세상을 규율하는 역활을 한다. 누가 그랬던가. 상식의 최소치가 바로 법이다. 따라서 법은 진화한다. 세상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가면, 법적인 규정도 바뀌어 갈 수 밖에 없다. 혁명이전의 법과 혁명이후의 법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법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과학혁명은 어떠한가. 과학 혁명은 세상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크게 변화시켜 놓았다. 그렇다면 과학혁명 이전과 과학혁명 이후의 법은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법은 또한 과학에 영향을 미친다. 너무나도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재판을 생각해보라. 세상의 불변의 진리에 대한 새롭고도 놀라운 발견은 법의 단죄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과학은 법을 바꾸지만, 법은 또한 과학을 규율한다. 오늘날의 뇌사판정에 대한 법의 규정은 어떠한가. 오늘날의 배아복제 연구에 관한 법의 반대는 어떠한가. 법은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법은 세상의 관념을 반영하지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세상의 변화와 법관념의 현실 사이에는 어쩔수 없이 간극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늘 있어오던 법과 과학 사이의 갈등이 오늘날에 와서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도청이나 감청등 각종 수사기법에 대한 법의 판단 같은 문제뿐이 아니다. 오늘을 이끌어가는 가장 눈부신 발전인 의학이나 생명공학문제와 법과의 충돌이 오늘날 두드러진 법과 과학의 갈들이 빗어지는 장소이다. 이런 문제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다. 인간의 생명의 존업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고, 과연 어디서부터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고, 과연 인간은 어느 순간까지 살아있는 존재로 규정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윤리적, 종교적, 철학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에 이런 문제에 관한 판단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일부국가에서 그런 연구를 중단하도록 결정한 사이에, 일부국가에서는 법적판단이 유보된 사이에 그런 분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연구들은 결국 미래에 막대한 수요를 가져올 고부가가치의 신성장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은 세상의 공감대가 이루어지기를 재촉하는 형세를 띄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하고, 법적 장치의 도움으로 자국의 미래산업에 날개를 달아주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국민의 법감정이 변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과학은 법정에 서 있다. 법정이 그들의 숨가쁜 질주에 어떤 역활을 내릴 것인지. 세상은 가본적이 없는 미래를 향해 질주해갈 것인지. 우리가 익숙하던 세상에 머물러 있기를 결정할 것인지. 오늘 법정에 선 과학은 자신의 성과를 하나 하나 축적해가면서도 공식적으로 양지에 서게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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