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의아했었다. 일본 사람들은 책의 제목도 참 요란하게 짓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제목이 결코 잘못 붙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만약에 내가 이런 책을 쓰게되더라도 이 제목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회사를 의미하는 컴퍼니 앞에 즐거움의 극치를 의미하는 극락을 붙이다니... 회사는 결코 즐거울수 없는 곳, 그러나 밥벌이를 위해서 할 수 없이 붙어있어야만 하는 그런곳이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은 회사가 왜 극락일수 밖에 없는가를 실감나게 우리들에게 보여주는데 성공한 대단한 내공을 가진 책이다.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의 예리함과 번득이는 기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 세상에는 정년퇴직을 미루려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생물학적 나이는 젊은데 정년은 다가오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정년이후의 창창한 긴 세월을 무료하게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힘든 생활을 마치고 정년후에 꿈같은 세월을 보내려던 막연한 희망은 그것이 사실은 그리 환상적인 생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닳은 사람들이 다시 직장을 찾아 구직활동을 하게 만들고, 퇴직에 임박한 사람들이 정년을 늦추기를 원하면서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반면에 청년들의 실업률은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고용없는 선장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에 노령층마저 일자리를 내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 세태에, 새로이 직장에 진입하려는 젊은이들은 이중고를 겪에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마나 평생고용이 무너진 후 해고와 정리가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되다보니 애써 취직한 직장에 대한 충성도마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을 그러한 현실을 한 가족의 생활사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퇴직후 다시 회사생활을 하고 싶어서, 가짜 놀이 직장을 만드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아들의 대립은 오늘날 우리사회가 닥친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월급을 받기는 커녕 자기 돈을 내면서 가짜 회사에서 일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퇴직자의 모습에서, 노령화가 일상화되어가는 오늘날의 사회를 가장 잘 드러내는 뛰어난 풍자소설의 진가가 드러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