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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
존 미클스웨이트 &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신문에서 정치이야기를 빼면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경제 신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사회면과 문화면은 요즘 갈수록 그 힘을 잃어간다. 사실 정치가 늘 그렇고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면, 신문이 담고 있는 내용들중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기업에 관한 이야기 들이다.
애플과 삼성이 벌이는 대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파격적으로 싼 가격의 제품들이 어떤지. 세계 반도체와 LCD 가격의 동향이 어떤지가 우리들의 주 관심사가 되었다. 내가 국내 제조사의 휴대폰을 쓸 것인지, 수입품 자동차를 탈 것인지는 그래도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고 해도, 왜 우리들은 한두개의 특정회사가 벌이는 특정 제품의 치킨게임에 전 국민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기업들의 경쟁은 오락으로 즐길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기업들의 힘겨루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기업들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가장 역동적인 존재이고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들의 흥망은 그것을 관전하는 사람에게 짜릿한 흥미를 주기만 할 뿐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국가와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사회의 대표 기업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정치인들의 행보나 연예인들의 가십을 보는 것처럼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기업은 때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비치기도 한다. 불가능해보이던 거대한 프로잭트를 실행하기도 하고,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나라의 면모를 확 바꾸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상상속에서만 가능할것 같았던 꿈의 미래기술을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에 바로 실현시켜주는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는 존재이기도 하다. 먹을것, 입을것, 탈것, 심지어 우리가 깃들어 살 집까지도 돈만주면 바로바로 제공해주는 존재가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은 가히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항상 긍정적인 존재로만 비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사회구성원들로부터 모아서 축적된 자본을 가지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거대한 기업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고 때로는 권력을 돈으로 사기도 한다. 기업들이 벌이는 전 세계적인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음모와 정변이 일어나는 일들도 있다. 그래서 기업을 보는 시각에는 우려와 불안이 함께 깃들어 있기도 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기업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과정을 통해서 다면적인 기업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논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뛰어난 통찰력과 기업이란 존재가 국가와 가족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철학적 성찰 그리고 그 기업에 대한 우려와 염려의 시각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또한 유려한 문체와 자칫 어려워질 수 있는 논재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이 책은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좋은 전망을 펼쳐준다. 물론 저자의 결론과 독자의 결론이 같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