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 지구를 위협하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의 치명적 유혹
파울 트룸머 지음, 김세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말부터 금년초까지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이 그토록 확산된 이유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울 시도한 이론이 한가지 있다. 그 이론은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이 좁은 공간에 가축을 과밀하게 기르고, 그에 따라 가축들이 제대로 운동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넓은 토지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가축들은 자연히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그런 가축들 사이에 전염병이 급속히 번져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또 한가지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시한다. 중국이 그토록 많은 수출을 통해 천문학적인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 이유에는 엄청난 크기의 컨테이너선박을 통한 수용물류비의 절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개당 아주 조그만 가격의 차이만 나도 경쟁력을 가지는 시장에서, 중국에서 지구의 절반을 돌아서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운송비가 쌀수 있다는 점이 중국산 물건들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예전처럼 실크로드를 통해 대상들이 중국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시대에는 중국산 마늘이 서양의 식탁을 점령하는 것이 아마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 책은 피자라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에서 출발한 의문을 확대하여, 먹거리와 관련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화현상을 무척 광범위한 시선으로 통찰하게 해준다. 저자가 펼쳐내는 이야기 보따리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없이 반복되는 먹거리에 관한 지루한 교훈적인 이야기와는 다르다. 위에 소개한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 소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장도 너무 쉽고 흥미롭다. 그래서 이 책은 먹거리와 세계화에 대한 고찰을 다룬 책이 아니라, 지겨운 오후에 잠을 쫒아내고 흥미로운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책을 읽는 것에 몰두하게 만든다.


학술적 논문도 아닌 먹거리에 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한 궁금증이 낯은 호기심의 결과가 이 책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벌인 세계를 아우르는 조사와 지적 탐구가 얼마나 치밀한가를 실감할 수 있다. 또 그런 진지한 탐구의 결과를 이렇게 흥미로운 문장에 실어서, 흥미진지 하지만 결코 값싸지 않는 내용으로 된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자원난과 식량난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시기에 시기적절하게 세상에 나타난 이 책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수 있으며, 그 결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보다 깊은 통찰력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손에 들고 단숨에 끝까지 죽 읽어버린 얼마되지 않는 책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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