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정대진 지음 / 책마루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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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개천에서 용이 났다... 는 환호소리를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니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유엔사무총장이 된 우리나라 반기문총장님이 바로 강원도 산골 출신이니,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샘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이 어린시절을 산골에서 보내고 서울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것은 이미 반세기나 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는 개천에서 나는 용들이 제법 많았었다. 우리가 아는 노무현 대통령 같은 분도 개천에서 난 용이다.

 

문제는 요즘도 개천에서 용들이 심심치 않게 생겨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산골 마을에서도 서울대 가는 사람도 있고, 그런 곳 출신이 서울대 교수가 되는 사람이 요즘도 있다. 그러나 산간벽지 출신이 서울대 가는 비율이 높지는 않고, 그런 사름들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비율은 더욱 적다. 번듯한 직장에 취직을 한 경우라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고위직에 까지 올라갈 확율은 개천에서 난 용일수록 더욱 떨어지는 것이 요즘의 세태인것 같다.

 

물론 경제적으로 가난한 하층가정 출신이 일류대학에 취직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가능은 하다. 그러나 그 비율은 과거보다 더욱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일류대학에 진학했다고 해서 끝도 없이 치열한 경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학 기간내내 가정과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선후배간의  체계적인 계획하에 스펙을 쌓아가는 사람과, 그런 조직적인 지원하에 꾸준히 준비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음단계에서의 승부에서 또 뒤쳐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개천 출신과 부유층 출신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기회와 자원의 불균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목고 입학에서 부터 시작되는 경쟁과 차별화는 대학을 거쳐 입사와 승진, 사업기회에서 끊임없이 차별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사회에 진출해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사적인 네트워크를 뚫고 올라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대학 입시를 전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내용들은 정말 실감이 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거친 제목을 뽑은 이유는, 다루는 내용이 거칠기 때문이라고. 이 세상의 모습이 거칠기에 그 세상의 모습을 밝히려는 이 책도 거친 목소리로 말할 수 밖에 없다고. 겉으로 볼때 요즘 나오는 호화판 정장의 멋들어진 윤기가 번들이는 책들과는 달리 빈약한 외형을 지닌 거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이 시대의 아픔을 질풍노도처럼 우리 앞에 펼쳐내는 폭풍같은 목소리를 지닌 유려한 교향곡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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