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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금술의 비밀
진롱 지음, 김락준 옮김 / 지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중국은 자국의 국격을 세우기 위해 각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자국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정치 안정을 위해 애국적인 영화에를 만드는데도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투입된 엄청난 돈에 비해서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우리들은 이런 기회에 엄청난 물량을 동원한 스케일 큰 영화를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지 약간의 자손심 손상과 중국인의 허풍을 참아 낼수만 있다면.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중에 '공자'라는 것이 있다. 중국이 공자를 주제로 거대한 규모의 영화를 만든다고 할때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경제발전에 목숨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변함없는 사회주의 중국이 어떻게 '유교'의 상징인 공자를 치켜세운다는 말인가? 그 의문은 영화 공자를 보고서 바로 풀릴수 있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공자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온 공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을 통해 지혜를 얻고, 그 지혜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생각하고, 때로는 전쟁에서의 전략을, 때로는 부를 쌓는 방법을, 때로는 정적을 견제하는 방법을 설파하는 지혜자 공자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어느 공자의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 나로서는 알수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인들 사이에 유학을 장사의 지침으로 삼는 상인들이 과거에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본의 여러 역사서들이나 인물평들에서 자주 접할수 있을뿐더러, 일본의 유명한 경제인이지 경제담론가인 '마쓰시다' 본인이 유학을 '장사의 도'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았다는 것 또한 유명한 일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서두는 '일본인도 중국의 고전을 통해 장사의 방법을 배우는데, 정작 중국인인 우리가 너무 우리의 고전을 경시하고 있었다. 우리도 고전에서 장사의 도를 배우자' 라는 뜻의 말로 시작한다.
실제로 이 책은 책의 권두 부분에서 중국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수 있는 유명한 책들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면모를 소개하는 것이다. 고전에서 얻는 경영과 장사의 지혜. 고전은 결국은 백성의 삶을 유용하게 하기 위하였으므로 고전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고전의 상징적인 뜻만을 받아들일뿐, 그 고전이 쓰여진 당대의 상황에서 그 고전의 실질적인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거상들이 많이 나온 것은 고전따로 상인따로가 아니라 결국은 그런 시대정신이 구현된 것인데, 후손들이 그것을 잊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인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수많은 중국상인들의 예화들을 담고 있다. 그 한 사람 한사람의 면모와 그들이 몸을 일으킨 과정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울뿐 아니라, 그들이 사업을 벌이면서 마음의 지표로 삼았던 것을 탐구하는 과정도 무척 흥미롭다. 요즘 중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그들의 뿌리를 재해석하는 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고전과 역사을 어떻게 새롭게 조합할 수 있는지와 함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요즘 중국인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