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죽었다. 그냥 자연사를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 누가 죽였을까. 백설공주를 죽인 것은 마녀일까. 일곱난장이일까. 한사람의 죽음은 죽임을 당한 그 사람에게는 우주의 멸망일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은 죽임을 당한 그 사람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크나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죽음의 전의 사람들의 삶과 죽음 후의 주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극적으로 달라지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한 탐구를 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죽음을 배경으로 삶을 살펴볼때 그 드라마틱한 명암의 대비가 삶의 모습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게 된다. 사람의 죽음을 배경으로 그 죽음에 관여된 사람들은 어떻게 죽임을 범하게 되었고, 그 죽음이 있은 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이  책은 멋지게 표현해 내고 있는 걸출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죽임과 삶에 관한 존재론적 의문을 파헤치는 지루한 인문학적 책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스릴러라는 장르에다 존재라는 내용물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킴으로써, 흥미진지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묵직한 감동을 동반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차가운 공기. 음울하고 칙칙한 정서.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 왠지 모르게 이런 색조로 나의 마음에 채색이 되어버린 독일적인 정신이 스릴러라는 장르로 아주 잘 구현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나선형처럼 반복되는 원을 그리면서 사건의 주변에서 사건의 본질을 향해 천천히 접근해간다. 책을 읽는 도중에 많은 추리를 하게 만들지만, 번번이 그 추리가 빗나게게 되는 구성이 묘한 흥분을 자아낸다. 양파 껍질을 까는 것처럼 한겹한겹 벗겨질때마다 "아--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그러면서 그 순간 사람의 삶이란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들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성찰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한껏 즐길수 있다.

 

올바르고 틀린 것을 떠나서, 사람이란 존재가 살아가는 다양한 이유들을 만날수 있다. 갈등하고 욕망하고 아파하면서 그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뻗어나가고 움추리며 만드는 삶이라는 것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원색의 그림들이 표현주의 작품들처럼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흥미진지한 이야기이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 인간들의 적나라한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깨달음을 경험하면서 "후--" 나지막한 한숨을 쉬게 만드는 짜릿한 책. 묵직하면서도 너무 재미있는 책이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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