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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시모다라는 이름의 성격 좋은 친구가 나타나 한동안의 시간을 함께 지내다 죽음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을 날다 발견한 사람이었지만, 땅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버렸다. 우연히 나타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정을 나누었듯이, 시모다와의 이별 또한 전혀 예기치 못한 일 떄문이었다.
사람은 떠나고 만남의 기억이 남았다. 만남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어떤 사람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고 나면, 그 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늘 같은 삶을 살면서도, 우리 삶은 결코 조금 전의 삶과 같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렇게 외로워하고 만나고, 해어지고 또 달라져 간다.
사람은 많은 것을 꿈꾸고, 많은 것을 바라고, 많은 것을 아쉬워한다. 사람들은 좀체로 만족하지 못한다. 저 하늘에 뭉게 뭉게 솟아오르는 구름의 모양에 경탄하듯이, 자신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항상 무엇엔가 불만이 있고, 항상 무엇인가 더 만은 것을 바란다.
시모다라는 존재는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 앞에 나타나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활을 한다. 시모다가 하는 말들은 놀라운 지혜의 연속이지만, 어쩌면 우라들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대사들의 변형일 뿐이다. 진리가 다르지 않듯이 시모다가 하는 말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모다라는 독특한 존재의 개성과, 시모다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가진 놀라울 정도로 독특한 문체의 힘 떄문이고, 작가가 우리 앞에 제시하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한 상상력 떄문이다. 그래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다르지 않은 지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갓 태어난 새로운 진리라 갖고 있을 것 같은 따끈 따끈한 매력으로 무장한채 우리들의 손에 잡히게 되는 것이다.
어린왕자를 생각하게 하는 작은 책. 작은 분량. 시적인 운율을 갖는 문장. 독특한 사고를 전하는 글의 독창성이 이 책을 우리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은 시원한 깨달음과 매력적인 자각을 전하는 강한 개성을 갖는 책으로 만들어 주는 힘의 원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리는 모두 같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진리의 몸체는 다를수 없다. 2000년 전 한 메시아의 모습을 많이 닮은 이 시모다라는 이름의 비행사 메시아가 인디애나 벌판에서 다른 한 사람의 비행사를 만나 함꼐 몇날을 지내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매우 흡사하지만 다르고, 완전히 다르지만 꼭 같을수 밖에 없는 대단한 교훈에 풍덩 빠지게 된다.
교훈이라면 지긋지긋해 하는 교훈 알러지가 있는 사람조차도 풍덩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은 이 작가의 문장력과 글의 신선함. 그리고 세상을 바로보면 크고 넓고 광활한 시선의 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이 책을 읽었으므로 또 하루 행복을 누릴수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