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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
후지모토 겐지 지음, 한유희 옮김 / 맥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정말로 생기고 말았다. 김정일이 김일성을 이어 권력을 장악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김정은이 다시 김정일의 뒤를 이어 권력을 물려 받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집권한 많은 나라의 권력자들이 장기통치를 한예는 많지만, 내가 아는 한 그 어느 누구도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준 사람은 없었다. 하물려 3대 세습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권력도 모르고 당연히 권력의 속성이란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권력이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사람이 '내가 권력이다' 라고 주장한다고 권력이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수없이 배우지 않았는가. 김정은이 3대 세급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27살의 나이에 후계자로 정해지는 그 놀라운 일을 행하는 데는 나름대로 무슨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든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놀랄만한 일을 할떄에는 자신들 나름대로 그렇게 할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가장 우리와 가깝지만 가장 우리에게서 먼 곳이 바로 북한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자리인 한반도의 북쪽에 북한이 자리잡은 관계로 우리는 섬아닌 섬같은 존재가 되었다. 대류과 연결되는 육로가 없이 존재하는 반도국가는 실재로 섬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같은 피와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장벽을 쌓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오늘과 같은 정세에서 북한은 우리에겐 가깝지만 동시에 너무나 먼 곳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처럼 북한의 권력 핵심부에서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전하는 정보가 무척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요리사의 신분으로 북한에서 10여년을 체류하면서, 김정일 일가의 삶을 지근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인, 그들의 실제 생활방식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한 엄청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또 김정일과 그를 둘러싼 권력핵심층의 생활모습과 인간관계들에 대해서도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고 있다. 그가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수첩에 빽뺵하게 적어 놓았기에, 이 책에 나타난 것 같은 세밀한 정보를 세세하게 전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북한의 권력동향을 분석한 책은 아니다. 요리사의 신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떄문이고,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 다칠수 있는 북한권력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존재하고 있던 인간 김정일, 인간 김정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인 것은 틀림없다. 한가로운 시간에 북한의 핵심권력이 존재하는 방식을 이해하기에 좋은 독서거리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