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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항상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가까워지는 삶이기에 죽음 이전에 자신에게 허용된 삶을 가장 보람되게 보내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나 그런 지극히 당연한 삶의 모습을 약간 비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너무 오래 사는 세상. 그래서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사회에 부담이 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책이다.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말들이 요즘 신문에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경기는 어려워지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이미 사라졌다. 퇴직후 연금을 받을떄까지의 시간은 길다. 요즘 노인들은 한사코 직장을 떠나지 않을고 한다. 빨리 퇴직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그렇게 자신이 다니던 직장에서 빈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는 사람들 떄문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주어질 일자리가 없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복지제도가 가장 잘 정비되어 있고, 노령화가 많이 진전 된 유럽국가들이 유독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듯하다. 재정적자로 고생하는 정부는 연금지급을 늦추기 위해, 퇴직연령을 늦추고 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이런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학생의 무상교육을 철회하자 이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격력한 시위를 벌인다. 연금액수를 줄이려는 정책에는 노인들이 격렬한 반대를 한다. 바야흐로 세대간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문제가 심각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 책은 그런 일본의 위기의식을 잘 표현한 책이다. 책은 무척 흥미롭게 읽히고 아기자기한 재미들로 가득차 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며 책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흥미롭다. 노인이 노인을 죽이는 것. 스스로 한 마을의 단 한 사람. 살아남는 노인이 되기 위해 오랜 세월 정들었던 친구를 죽이고, 심지어 자신과 함께 인생을 살아온 배우자 마저 죽여야 하는 제도. 그런 제도가 현실적으로 실행될리는 맘누하지만, 그렇기 떄문에 소설적 허구가 가능하고, 양심에 가책 없이 책에 흥미롭게 몰두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인구고령화와 세대간의 갈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하는 화약과도 같은 뜨거운 문제사안이다.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내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은 그런 세태를 풍자하면서, 그 문제를 이제 우리가 더 이상 감추지 말 것을 문학적인 방법으로 호소한다. 이 책이 제기하는 임팩트 강한 문제의식은 우리들에게 이제 더 이상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하나로 맞물려 있는 심각한 문제들 노령화 문제. 저출산 문제. 재정적자. 청년실업문제에 관해 직접적인 대면을 하도록 만들어 주는 시의 적절한 책이다.
문학은 사회적 아픔이 있는 곳에서 만개한다. 노동자들의 고통이 있는 곳에 노동문학이, 문단의 아픔이 있는 곳에 분단문학이, 전쟁의 상처가 깃든 곳에 전쟁문학이 자리를 잡는다. 이제 사회의 주문제가 노령화와 인구문제로 전환되어 가는 이 시점을 잘 파악해서 등장한 이 책은 우리들에게 고령화 문제가 가져올 엄청난 압박을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역활을 한다. 재미가 가득한 책. 그래서 대중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 그러면서 뚜렷한 사회적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하는 이 책에 주목하지 않을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