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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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보통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문장.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에 희곡작가로 등단을 했다는 경력이 믿기지 않는 문장 때문이다. 글들이 문장이 무척 농밀하다. 진한 주스를 마시는 것처럼 문장 하나 하나가 진국이다. 이런 글을 접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 책은 최근에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농밀한 울림을 가지고 있는 책이란 느낌이 든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깊숙한 속에서 끌어내어 세상에 활짝 펼쳐놓은 느낌이다..

 


스토리도 무척 흥미롭다. 흔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나의 흥미를 끌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닫을 때까지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문장을 음미하느라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무척 책을 천천히 읽는 습관이 있다. 오랜만에 몇 일에 걸쳐서 소설 한권을 읽었다.

 


세상은 기대와 달리 구질구질하고, 아름다웠던 꿈과 희망은 비루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삶은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저 제 나름의 속도로 꾸준히 달려갈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삶을 살아가고, 시간은 같은 속도로 소비되고 있다. 그 시간의 흐름에 어떤 삶의 이야기들이 떠내려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의 몸부림이 녹아내려 있을까... 그래서 소설가는 소설을 쓰고, 독자는 소설을 읽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세월속에 서서히 마모되어 간다.

 


이 소설은 하루하루 소모되어가는 삶이 우리를 어떻게 휘드르고 있는지, 그런 삶의 모습이 어떠하며, 사람들이 그 삶에 대하여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를 비장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인간이 사라지고 없는 세상. 인간이 더 이상 인간 같은 구실을 하지 못하는 세상이 얼마나 흉측한 세상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세상 앞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그러나 그 아픔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희망이라는 것을 찾아낼수 있는지를 순도 높은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웅변적으로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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