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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상하이
신동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개막식의 엄청난 규모를 보고, 어느 나란지 몰라도 다음에 아시안 게임을 하는 나라는 고생 많이 하겠다. 아시안 게임 개막식을 저토록 화려하게 하면, 아시아의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개막식을 하겠는가...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신문을 보니 다음 아시안 게임 개최국이 한국이고, 인천에서 한단다. 아니나 다를까 인천 아시안 게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보고는 우리는 개막식을 아예 안하는게 낫겠다는 말을 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아직은 1인당 GNP가 우리에게 훨씬 못미치는 중국. 그러나 중국은 강하다. 전세계 인류의 1/4을 차지하는 거대한 인구의 힘을 떠나서도, 1인당 GNP로 보아도 우리와 그리 차이나지 않는다. 환율이 1400-1500을 넘나들 1-2년 전 우리의 1인당 GNP 는 1만 4천달러 정도까지 떨어지지 않았었는가. 아직도 중국인의 절반이 50년 전이나 거의 다를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저력은 두려울 정도이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우리나라 서점들에 중국에 투자를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 내용을 담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중국에 관한 책들은 수명이 짧다. 2-3년만 지나면 엉터리 정보가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의 변화가 빠르고,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관한 책들은 정말 많다. 너무 많아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러나 그 많은 책들 중 진짜 중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을 찾기도 어렵다. 아마도 그 많은 책들을 다 읽고 그 내용을 다 짜집어 맞추면 중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만난 이 책은 속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적 배경도 있겠지만, 자신의 체험담 비슷하게 무척 쉽게 읽히도록 만든 이 책은 전체적인 내용의 얼개가 상당히 잘 짜여져 있다. 자신의 지식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게 체험과 독서의 결과를 설명하면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적절하게 잘 썩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다. 나름 관심이 있어 중국에 관한 책들을 읽는 편이지만,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단연 가장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책중 하나이다.
이 책에는 중국의 내면. 중국인들의 실생활. 중국인들의 심리상태 같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잘 포착하기 힘든 것들. 중국인 그들이 쓴 책에선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잘 들어 있다. 외부인이 중국의 내부를 적절히 잘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동안 중국에 너무 동화되지 않고, 그러나 중국을 너무 타자로서 인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국에 관한 짜임새 있는 지식들과 경험들을 잘 섭렵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그런 문장들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이젠 중국에 관한 정보도 다듬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책들은 일종의 정보의 소음같은 역활을 하여 오히려 중국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막는 장벽의 역활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접한 책이 중국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책 한권을 읽은 사람의 중국관도 균형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대로 된 모습을 알려는 사람, 중국에 관해 알려고 시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은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