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창고 살인사건
알프레드 코마렉 지음, 진일상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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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사고사로 보였던 그 사망이 살인사건임이 밝혀진다. 사고사를 위장한 살인사건. 누가 죽였을까.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사건일 것이라는 의심은 가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다. 단지 이런저런 심증만 있을뿐. 모든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던 사람. 그러나 정치권에선 신망을 받았던 사람. 새로운 개발계획을 이끌어가는 놀라운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나쁜 일을 많이 한 인물.

 

마치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늙수그레한 평범한 시골 경관의 시선을 따라서 전개되는 내용은 오리무중인듯하다. 사람은 죽었으나 슬프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범인이 밝혀지긴 하지만, 명쾌한 수사와 논리적 추론의 결과로 인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이긴 하지만 단순한 장르소설로 구분을 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이번해 개봉한 영화 '이끼'와 많이 닮은 듯한 이 영화는 긴박감은 덜하지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통찰하게 하는 깊이는 더한 듯한 느낌이다.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던 사망자의 아들이라는 입장보다는 모든 사람이 싫어하던 사람의 자연사를 담당한 시골경찰의 지극히 인간적인 행보가 인상적이다. 그의 사유를 통해서 바라보아지는 그 포도재배 농가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삶의 희노애락과 적나라한 일상의 온갖 모습들이 다 나타나는 보통사람들의 삶이다.

 

보통사람들도 아파하고, 보통사람들도 즐거워하고, 보통사람들도 원한을 갖고, 보통사람들도 싫어하는 사람의 장래식에 참석을 한다. 그런 보통사람들 속에서 보통경찰이 보통의 일과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나지 않은 머리를 가지고 애를 쓰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인간의 삶'이라는 무대를 찬찬히 관찰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삶속에 존재하는 평범하지 않은 아픔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침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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