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중에 합창을 주제로 한 것이 있다. 평소 예능 프로그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눈에 익은 사람들 중 음악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이 합창을 한다고 나선 것이 흥미로워 가끔씩 보게되었다.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잘 될수가 없다. 지휘자는 늘 불협화음을 낸 사람을 지적하고, 참가자는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합창의 화음에 녹아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돼기도 하고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역시 우연히 다시 본 그 프로그램에서 바로 그 급조된 비전문가 합창단이 놀라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던 방송사는 뉴스시간에 그 프로그램의 지휘자와 합창단을 소개하면서, '놀라운 카리스마를 지닌 지휘자'로 뉴스 기사로 다루는 것을 보게 되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한 회사에 들어온 다양한 사람들을 잘 조화시키고 다독여서 일사불란한 합창단과 같은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경영이 아닐까 한다. 경영이란 면에서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기업경영이란 것을 잘 모르는 지휘자가 쓴 책이지만, 지휘의 세계와 기업 경영의 세계는 서로 영역은 다르지만 사람들을 이끌고 하나로 모아서 폭팔적인 힘을 내는 것이 목표하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늘 읽는 식상한 경영지침서보다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경영이라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책이 유익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클래식을 경영에 실제로 어떻게 접목시키고 있는가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음악가인 저자가 경영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아마도 그런 기업들이 저자에게 클래식을 경영에 접목할 수 있도록 많은 자문을 구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음악가인 저자가 기업의 경영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음악을 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경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시대를 감성경영의 시대라고 한다. 기술도 중요하고 자본도 중요하지만, 지금 세계를 애플이 휩쓸고 있는 것처럼 뛰어난 아이디어와 감각. 즉 예술적인 요소가 엄청난 부를 창조하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좋은 멘토가 될만한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음악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영. 경영이 음악적 속성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