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에 내 친구 한 명은 남들이 다 쉬는 방학에도 학교 화실에 나와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방학에도 그렇게 열심히 하냐?" 고 묻는 나에게 그는 말했다. "방학에도 밥은 먹지 않느냐"고. 친구의 말은 그림이 잘 그려지든 안그려지던 '자신의 밥에 대한 밥값을 한다는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과연 노동에 속하는 것인지, 공식적으로 쉬는 방학에도 꼭 그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노동을 해야 밥을 먹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 친구의 그런 생각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긴 시간의 공간을 지나서 이 책에서 나는 그 친구가 한 말과 비슷한 메시지를 읽을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이 마치 삶의 모든 이유이기라도 한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이 아름다운지,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고, 그저 써지지도 않는 글을 부여잡고 한 세월을 살아가는 사람. 글쓰기에 관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글을 써서 상을 받아본 적도, 글로 돈을 벌어본적도 없는. 그렇다고 뚜렷이 글을 써서 투고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평생을 글쓰기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

 

이 책은 여러가지 다른 책의 내용들이 반복해서 발췌 소개되는 독특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 '강철군화' '노동일기' '돈 키호테'의 주제들이 가장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에 가장 이 책의 주제에 잘 부합되는 내용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책을 읽을 때에는 알수 없었던, 그런 발췌문에 대한 필요성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에 큰 감동과 함께 저절로 이해가 되는 것이다.

 

돈키호테 같이 미쳐서 살아가고, 제정신으로 죽는 삶을 살아가는 삶. 노동일기를 쓴 시몬느 베이유처럼 하루하루의 일상의 삶을 투쟁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삶, 강철같은 노동자의 삶을 살듯이 글을 쓰는 노동에 한 인생을 온전히 맞긴 사람의 이야기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온 어머니, 또 그렇게 살아간 딸에 관한 두 세대에 걸친 집요한 글쓰기에 관한 책.

 

그래서 이 책은 제목처럼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을 쓰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 사람에게 글을 쓴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화두에 대한 작가의 대답인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자체를 글쓰기의 대상으로 삼은 치열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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