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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의 탄생 - 일본 서스펜스 단편집
사카치 안고 외 지음, 이진의.임상민 옮김 / 시간여행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그들이 읽는 책이 영양가가 그리 높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만화, 추리, 기담... 일본 사람들이 소모하는 독서의 많은 부분들이 그런 류의 책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런 분야에 넓은 시장이 열리고, 많은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일수 있게 된 토양이 될 것이다.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강세는 그런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일본 문화에서 애니메이션과 나란히 전세계적인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바로 '장르문학'이다. 장르문학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상당한 위새를 떨치고 있긴 하지만, 일본은 그들만의 색다른 감성을 가진 '일본식 장르문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서 1년에 출간되는 추리소설류의 종류가 400권을 넘는다고 한다. 한창 때는 거의 1년에 1000권에 가까운 추리소설 책들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하루에 한권 이상의 새로운 추리소설들이 계속 쏫아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얼마나 되는 작가들이 있으면 그렇게 많은 책을 써낼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책을 사주길래 그 많은 작가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오늘날 일본의 장르소설의 붐을 이루기 전인 1920년대에 활동을 했던 일본 추리소설의 초창기 대가들의 중단편 작품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들 작품을 만든 저자들은 그들이 젊은 시절에 일본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서양문학을 소화하면서 성장한 세대들이다. 그들은 일본 고유의 문화와 정서에다 그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서양문화의 새로운 모양을 합치면서 새로운 문학형태를 만들어 낸 일본 장르 추리소설의 선구자들인 셈이다.
오늘날의 세련된 일본 장르문학에 비해서 약간은 투박한 듯하고 조금은 신선미가 덜 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일본 소설들의 경향들의 뿌리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것. 오늘날 서점을 점령하고 있는 책들의 모태가 되는 책을 읽어보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책이다. 무척 흥미로운 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