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김태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오토바이도 아닌 스쿠터를 타고 국내를 돌아다니고, 자전거 타고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9년동안 대학을 졸업을 못하고 있다고? 이런 놀라움과 어처구니 없다는 느낌으로 도대체 어떤 청춘이 이렇게 황당한 삶을 살아가는가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말이었다. 자신은 자꾸 오토바이라고 말하는 스쿠터를 장만하려고 한여름을 몽땅 바쳐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값이 싼 스쿠터를 사려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원정을 와서 산 스쿠터를 가지고 그 길로 14시간에 걸쳐 구불구불 국도로 부산까지 달려간, 뜨거운 피가 넘쳐 흐르는 청춘이었다.

 

피는 뜨거우나 이성은 명철한 것이, 자신의 해외 여행을 위해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1년동안이나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한 끝에 결국 자전거로 미국에서부터 남미의 아르헨티나 남단까지의 자전거 여행을 성공하게 만든 의지의 사나이가 이 책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체류한 100일 동안에 단돈 100 달러만 썻다고 한다. 사막을 지나다 목이 마르면, 다른 사람들이 먹다가 버린 음료수 병을 주워서 마셨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상상을 초월하게 하는 헝거리 정신의 정수를 보는 것 같다. 그런 그는 또 성격도 좋아서, 낮선 땅에서 친구도 잘 사귀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지나간 땅의 경치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가 고생을 하면서 지나가는 여정의 에피소드들과 그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것이 이 책이 다른 많은 세계일주 책이나, 북남미 종주 책들과 차별화가 되는 내용이다.

 

대학을 9년이나 다니는 한심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싹 바꿔버렸다. 그가 직접 말하진 않지만, 결코 넉넉해보이지 않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파란 꿈을 싹 띄우고, 스스로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그 결실을 보고마는 인내와, 여행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의지와 사람들에 대한 친화력과 따뜻한 시선은 그의 사람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에 관한 '공부는 않고 자전거 타고 세계 유람이나 하는 한가한 인간'이라는 인상은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채용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라는 느낌으로 바뀌고 말았다.

 

여행기라는 것은 꼭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으로 책을 가득 채워야만 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물론 이 책에도 멋진 사진들이 많지만, 그 사진이 더 맛깔스러운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겪은 여행의 여정에서 우러나는 너무나 인간적인 감동 떄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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