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아닌 장인의 차만들기

스피라, 세계를 향한 영혼의 승부
김한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멋진 책이다. 국산 자동차 개발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자동차 개발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책이다. 재미있고, 멋있고, 감동적이다.

 

흔히들 어른들의 장난감. 남자들의 낭만의 대변자로 불리는 것이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현대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이동수단 이상의 상징적, 심리적 가치를 지닌 대상이다.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대상 중에서 집을 제외하고는, 그 대상의 안에 몸 전체가 들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편의성 뿐만 아니라, 거주성을 가지고 있어 독특한 심리적 대상이 되고, 스피드라는 또 하나의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식, 무의식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문명의 이기이다.

 

한 남자가 자동차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물론 수없이 많은 좌절과 그 좌절보다 더 많은 도전을 통해서이다. 놀랍게도 공식 스피드 레이싱 대회에서 포르쉐등의 쟁쟁한 차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그 놀라운 성능을 가진 차를 만든 주체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가 만들었던 회사와 그를 믿고 자금을 지원한 협력회사. 그리고 수많은 한국의 중소 부품업체들. 그리고 그의 회사에서 그를 돕고 함께 일한 많은 기술자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만, 그의 불굴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책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오토바이에 미치던 중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을 그만두고 뜬금없이 이탈리아로 디지인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던 시절. 그리고 돌아온 후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에서 자동차를 디자인 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멋진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 글을 쓰는 품새도 멋있다. 글이 재미있고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이야기를 따라 곁들여지는 사진들도 멋스럽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유명 자동차 회사들에서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이 책에서 알 수가 있다. 물론 그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이야기이겠지만, 자동차 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일반인으로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자동차 회사의 내부사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결국에 스피라를 만들게 된 그가 독립해서 세운 조그만 회사에 국내 양산체 메이커들이 컨셉트카를 의뢰한다는 사실도 무척 놀라웠다. 미래에 그 자동차 회사에 개발하려는 새로운 컨셉을 소개한다는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외주를 준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 외에도 자동차에 미친 다양한 사람들,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에게도 예외없이 다가오는 기업의 냉정한 현실의 안타까움. 그리고 결국 그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눈부신 성공을 이루어낸 이야기들이 잘 어울려 멋진 한권의 책을 만들어 내었다. 저자의 인생도 그가 만든 차도, 그것을 소개하는 이 책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