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쓸쓸히 죽어갔다. 그리고 그와 이런 저런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삶에 관한 성찰이다. 이 책은 스토리를 담은 책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만남, 관계, 그것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미지를 담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흥미진지한 활극이 넘치는 책보다 더 큰 몰입도를 준다. 우선 책의 내용이 신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쓰여진 문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할 거리와 깊고 긴 여운을 주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책은 자극적인 내용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만큼 크 향과 맛을 발휘하는 법인게다. 독특한 구성으로 엮어진 책이다. 모든 사람들을 이어주는 주인공 역활을 하는 인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이 책에는 특별한 주인공이란 인물이 없다. 그저 다양한 모습의 인간군상들이 나타날 뿐이다. 공통점이 있다.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 쓸쓸하다. 중심인물인 그 남자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헛된(과연 헛되다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집착과 느슨한 삶에 대한 허전함. 견딜수 없는 삶의 권태. 그리고 그 반작용으로 인한 것으로 느껴지는 광기에 가까운 모습. 삶을 포기한 듯한 태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의 시선하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한결같이 아프다. 서로다른 이유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아파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결국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 목숨을 끊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살아있는(활기가 찬) 것은 아니다. 그저 하루 하루를 견디어 가는 것 뿐이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그들의 삶이 이러이러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그린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이러이러하다고. 책을 덥고 생각해본다. 정말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나와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이 사람과 저사람들의 삶도? 웃으며 지나가는 그 사람의 삶도? 설마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이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