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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스페인 사람들이 받드는 성인 야고보의 묘지를 향하는 다양한 순례길. 그 길을 줄여서 까미노(camino) 라고 한다. 까미노는 원래 '길' 이라는 뜻이지만, 야고보 성인의 묘지로 향하는 순례길 이라는 뜻에서 줄여서 그냥 '까미노' 라고 부르게 되었나 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수백년 동안 그 길을 찾아서 걷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그 '길'이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게 되면서 몇년 사이에 그 '길'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이 책은 그런 책들을 보던 '여행전문가' 인 저자가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길을 탐방해 보고픈 마음에 직접 그 먼 길을 찾아 떠나서 50일 가량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들을 탐방한 내용을 날짜별로 일지처럼 적어 나간 형식의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책자들, 특히 산티아고를 다룬 여행책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찬사들만을 늘어 놓는다. 그런데 이 책은 파격적으로 솔직하다. 처음부터 불평들이 가득히 쏫아져 나온다. 어떤 민박은 돈만 밝히고 서비스는 너무 형편없다. 어떤 음식점은 결국 한 입도 먹지 못하고 나왔다. 그 곳의 숙소는 아무것도 기대하면 안된다... 이런 내용들은 투덜거니는 불평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마주칠 내용들을 사전에 알려주는 역활을 한다.
자신의 감흥에 사로잡혀서 불쾌했던 기억은 다 잊어버러고, 그저 아름다웠던 기억들만으로 가득한 책들보다는 이렇게 솔직한 책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또 실용적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책은 수없이 많은 사진들로 가득하지만, 요즘 나오는 여행 책자 치고는 사진의 크기가 무지하게 작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진으로 범벅하여 쉽게 책의 페이지를 채우려기 보다는, 충실한 내용을 전할 글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사진은 이미지를 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전하기에 충분한 많은 사진을 싣기 위한 것 같다.
그런 배려는 이 책의 내용 중간중간에 잘 나타난다.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려고 하지말고, 어디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혹은 처음에는 배낭을 짐으로 붙이고 그날의 일과가 끝나는 곳에서 배낭을 찾는 방법도 있다. 일요일은 문을 여는 가게가 아예 없으니, 토요일에 다음날 먹을 음식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등 실용적인 정보들이 빼곡하다
그러나 이 책은 또 정보만 가득히 채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맛깔나는 여행기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감성 풍부한 여행기의 중간중간에 여행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여행에 필요한 팁들을 살짝 살짝 끼워넣는 것이 오랜기간동안 여행전문가로 수많은 책을 펴내온 전문가다운 솜씨 때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산티아고 성인의 묘지를 찾아 걷는 그 멋진 여행. 그 여행은 여행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여행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도 또한 현실일진데, 이 책처럼 현실과 로망을 적절하게 잘 배합하는 책이야 말로 최고의 책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