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
버나드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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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분량만큼의 장대한 서사가 들어 있는 책이다. 규모에 있어선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유적이지만, 영국인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스톤헨지이다. 스톤헨지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7대 불가사의에도 항상 들어가는 유적지이다. 물론 서구중심의 관점이 스톤헨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만들었겠지만, 스톤헨지가 고대 유적중 대단한 것 중에 속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거대한 돌로 만든 유적. 이것을 건축한 사람들은 아마도 신전의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토록 대단한 유적이라고 하면서도 그것이 사용된 정확한 용도조차 알수 없는 것은 그 시대가 선사시대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톤헨지에 관해 기록된 근거있는 문헌은 존재하지 않고,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들도 신뢰성을 얻기는 힘들기 떄문이다. 세워진 시기조차도 애매하다. 기원전 3000년, 혹은 기원전 1600년 경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무려 1400만년의 오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아득한 세월의 무게에 묻혀 그저 신비로운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스톤헨지의 풍화된 석조물에 살과 뼈를 붙여 신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책이다. 선사시대의 삶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저자는 정교한 추리를 통해 마치 그 시대의 삶을 영화를 통해 직접 보는 것처럼 무척 세밀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지구라는 공간을 차지하고 살았던 그들의 물질적 공간을 재생해 내는 것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실재의 모습. 즉 그들이 어떤 정신적 공간세계에서 속에서 살았는지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가 구현해낸 그 시대의 삶이 아무리 리얼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실제 그 시대의 삶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순전한 추측과 많지 않은 자료들에 근거해서 자아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척 정교하고 무척 그럴듯하고, 무엇보다도 무척 흥미롭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사시대의 삶이라는 소재를 충실히 살려내면서도 그런 디테일에 함몰되지 않고 강렬한 주제의식을 끝까지 완성도 있게 마무리 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색다른 소재에만 집착하는 책은 흥미는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 책은 흥미에 치중하느라 감동이 실종되는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정교한 플롯에 의해 정말하게 짜 맞추어진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의 삶의 아픔과 그 아픔을 묵묵히 견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의지에 관해 조용하지만 강하게 웅변하고 있는 감동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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