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SF 같기도 하고, 종교소설 같기도 하고, 사회비평 소설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분류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무척 흠미진지 하게 읽었고, 읽고 난 다음에도 묘한 여운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책이긴 한데, 꼭 집어서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그런 책... 이런 저런 유명한 문인들의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잡식성 독서를 좋아하는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는 멋진 책이다. 소설의 배경을 무한한 우주로 확장해버렸다는 점에서 무지무지하게 스케일이 큰 작가이다. 한편으로는 그 우주여행을 위한 도구가 외딴섬에 있는 캐비닛이라는 점에서 무지무지하게 소박한 소설이기도 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더니, 그는 한국형의 대하 우주 소설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책은 가물가물한 저 하늘 너머에 존재하는 다중 우주를 대상으로 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게다가 이 책은 작가들이 한사코 다루기를 거부하는 종교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불쑥 이의를 제기하는 아주 간 큰 소설이기도 하다. 우주적 차원에서 바라볼때 종교라는 것이 어떻게 보일까. 작가는 그런 질문을 불쑥 던져보고 싶었는가보다. 한국적 혹은 지구적 신이 아니라, 우주에 깃든 모든 생명체를 골고루 사랑하는 엄청 스케일이 큰 신이면서도 무척 인격적인 신. 그리고 다양한 우주를 덤벙덤벙 걸어다니다시피 하는 '외계인'들이 그런 신을 어떻게 믿고 그런 신에 대한 신앙행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이래 가장 대담무쌍한 발상을 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무척 한국적인 정서를 않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주적인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아파하며 살아가는 삶은 너무나도 솔직한 한국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우주적 차원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대담한 도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척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지만, 그냥 재미있는 책이네.. 하고 던져 버릴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