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 어- ..." 하는 와중에 이 책 속으로 풍덩 잠겨버리고 말았다. 책의 첫 순간부터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심상치 않더라니, 책의 첫 몇페이지만 멋있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연재를 한 소설이라니 그럴만도 하다. 연재소설에 힘을 주는 것은 계속 흥미진지한 스토리와 감칠것 같은 문장이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기상천외한 발상의 스토리와, 주인공들이 내밷는 젊은 감각의 언어들, 주인공이 바라보는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하면서도 색깔 있는 개성적인 시선,  끊임없이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쏳아내며 글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등이 이 책에 흔히 만날수 없는 독특함을 부여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세상에 '행복을 느끼는 병이라니.' 이런 기특한 발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움인가보다.

 

한때 소설은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영양가 많은 무거운 소설은 재미가 없어서 지겹고, 흥미위주의 요즘 소설들은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싫었다. 그래서 '이젠 소설은 내 독서 목록에서 끝!' 이라고 선언할 뻔 했는데, 왠지 모르는 미련에 오랜만에 손에 잡아버린 소설이 나에게 '소설 아직 안죽었어,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영양가 있는 책도 있잖아!'하고 말을 건넨 것이다.

 

'청춘' 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을까. 작자의 말처럼 청춘은 짧지만 그 아름다움과 일회성 때문에 청춘은 소중한 것이다. 청춘이 아무리 아프고, 독한 상처를 주더라도, 청춘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청춘이 다시는 되풀이 할 수 없는 일회성이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고 진부하지만, 청춘은 영원히 한번 밖에 없는 희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 이 지겨운 청춘!' 나도 청춘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 이 잔인한 청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지나고 난 청춘은 얼마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아픔마저도 사랑스러운 것이 청춘의 기억이다. 그 청춘의 한가운데를 벅차게 가르고 지나가는 한 사람의 삶의 극적인 모습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 않게 그려낸 멋진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신인의 풋풋함이 뭍어나는 책이지만, 신인이기에 쓸수 있는 글들이기도 하다.  이미 세상에 나온 너무 많은 글들의 작법에 오염되지 않은 신선함. 그것이 시종 나의 주의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이 책에 매달리게 만든 원인일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많지 않은 책들중에 가장 집중해서 읽을수 있었던, 솔직하게 고백해서 내 수준에 딱 맞게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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