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턴의 비밀 - 어느 위대한 과학자가 남긴 연금술에 관한 위험한 두뇌게임
큐르트 에우스트 지음, 손화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뉴턴. 비밀 결사. 비밀을 지키기 위한 노력. 역사와 수학. 추리와 모험. 남자와 여자. 유럽을 종횡무진하는 스케일... 언젠가 부터 많이 익숙해진 듯한 소재들이다. '비슷한 플롯에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과 시대적 배경. 대상만 바꾸어 넣은 그만그만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왠지 다른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은 대작의 재창조라서가 아니라, 모든 위대한 작품들이 가지는 패턴 같은 것이 있어서 비슷한 유형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이 책은 이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책이다. '완벽하다. 흠잡을데 없이 뜨거운 칭찬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부터 느껴지는 문장의 깊이가 그렇다. 교묘하게 병치시키는 심리적 묘사들의 연결이 그렇다.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의 장면전환은 그저 한컷에서 다른 컷으로의 전환이 아니다. 저자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면밀하게 연결시켜놓은 음악적 멜로디의 실수없는 연주처럼 완벽하게 조여오는 심리적 게임에 한걸음 더 빠져드는 것이다. 한장면이 바뀔때마다 한걸음씩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느낌은 너무 사실적이다. 단지 그 늪이 어둡고 황량한 것이 아니라, 지적인 노고와 삶에 대한 사랑으로황홀하고 아름다운 늪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우리에게 낮선 북구의 작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도 지성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곳의 지적활동은 우리에게 알려지기엔 너무 먼 곳이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해지기 전까지는. 그러나 이미 적지 않은 책을 펴냈다는 이 작가의 작품이 이제 우리에게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다. 아이팟이 아이폰으로, 그리고 아이패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바꾸어 드러내는 것처럼...
도저히 빨리 읽을수 없는 책이다. 후루룩 읽어서는 이 책의 정치한 스토리를 따라잡을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 책의 매력을 다 감상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고 돌이켜보면 대단한 문학작품은 아닌것 같지만, 단순한 장르소설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품격이 높다. 삶에 대한 통찰과 인생을 끌어가는 의지의 힘에 대한 묘사도. 문장에 스며들어 있는 흐릿한 북구의 안개같은 아련함도...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주되면서 계속 나타나는 비장미도...
너무 많은 자극으로 인해 어지간한 충격에 흐릿해진 정신과,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갈망이 지쳐가는 날들이라는 서로 모순된 욕구에 대한 보답이라도 되는듯이, 이 작품은 낡은 맛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매력의 시작을 일으켜 놓은 대단한 충격이다. 많은 책들이 약속했으나 대부분의 책들이 실현하지 못한 그런 종류의 대단한 매력. 마침내 내 앞에 나타나 아름답게 노래부르는 "독서는 삶의 희망이요. 인생의 위로이니...상투스..."라고 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