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설 - 과소비사회의 소비심리를 분석한 미래사회 전망 보고서
질 리포베츠키 지음, 정미애 옮김 / 알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경이적인 발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0년동안 인류가 이룩한 발전은 그 이전의 삶과 오늘의 삶 사이에 완전한 단절을 가져올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즉 인류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워졌고 영양이 남아돌고, 시간 또한 남아돌면서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소비가 아니라 과도한 소비를 할 만큼의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변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지구가 인류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고 인간의 소비를 얼마나 지탱할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 것은 과소비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이 당분간 스스로 멈추어 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가 있다. 오늘날의 세상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만큼 역사상 가장 빈부격차가 심각하기도 한 세상이다. 풍요의 그늘에는 여전히 절대적인 빈곤과 의료서비스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존재가 가려져 있다. 세상은 풍요로 넘쳐나지만 지구의 반대편에는 이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기에, 더이상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진부간 가난과 고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함께 지구의 또 다른 반대편은 넘쳐나는 풍요를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그 풍요로운 사회에 관해 관찰한 사람의 저서로서, 우리가 우리들에 대해서 갖고 있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우리가 미처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들만큼 놀라운 설득력을 가진 훌륭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책을 우리가 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바로 우리가 누리는 풍요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다. 절대적인 굶주림으로부터의 해방. 너무 힘든 육체적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갈수록 줄어드는 근무시간으로 인한 여유시간의 유례없는 증대. 우리가 한 노동으로인 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재의 엄청난 증가와 선택의 즐거움. 그러한 소비를 통해서 누리는 가치와 행복의 종류의 증대. 우리는 이세상을 살아온 어떤 사람보다도 많은 양의 행복과 다양한 행복의 종류를 원하는 대로 누릴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선택된 사람들인 것이 확실하다. (물론 우리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차별과 갈등과 중산층의 붕괴 신빈공층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서구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고 우리나라에도 일부 원용할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

 

그 결과 우리들에게는 과소비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소비하는 인간이 되었다. 삶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만이 아니라 소비를 위한 소비, 넘쳐나는 소비, 말 그대로의 과소비의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인 것이다. 물질적인 소비가 싫어서 종교에 심취하거나 새로운 사회운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종교를 소비하고, 사회운동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신앙과 사회운동을 벌일 시간과 비용 재화가 그들에게 주어져 있고, 그것을 세속적인 것이든 환경보호적인 것이든, 보다 멋져보이는 우아한 것에 소비하든 결국 소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다. 그러나 그 행복이란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의미의 행복이란 것은 존재하는가. 과소비를 누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행복하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좀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할때 그들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불만을 다스리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소비를 한다. 어떤 방식의 어떤 유형의 소비이든... 여기서 행복의 역설이 생기고, 행복의 의미를 묻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이런 과소비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당분간 이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이 어디까지 더 이어질지, 먼 장래에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다. 그러나 이 책은 행복이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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