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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상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평점 :
학창시절 두툼한 세계문학전집으로 된 배게만큼이나 거대한 서적 마의 산을 읽다가 그만 둔 적이 있다. 독서에 관한한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던 내가 당시 왜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후 가끔 이 책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가지고 생각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읽기 좋게 장정되어 나온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좋은 책이 그러하듯이 책의 부피는 그 책의 깊이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깊은 감동과 작가의 깊은 정신적 깊이가 느껴지는 책은 그 부피가 아무리 엄청나더라도 꾸준히 읽히는 법이다. 오히려 그 두툼한 부피안에 담긴 풍부한 사상성 떄문에 더욱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법인 것 같다.
결핵 요양소가 있는 깊고 거대한 산. 그곳에서의 생활. 그곳에서의 경험. 그곳에서의 사유. 그곳에서의 토론. 그곳에서의 죽음에 거의 다가간 경험. 그런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생각은 성장하고 변해가게 된다. 깊고 웅장한 주제를 즐겨 다루는 독일인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당시 유럽의 정신적인 분위기를 잘 반영한 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히려 이 책처럼 이렇게 본격적으로 우리 삶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쳐서 치열하게 삶의 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정신의 열정이 부족한 것이 오늘날의 지적인 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피가 얇은 책. 시사성이 강한 책. 가벼운 흥미위주의 책들을 좋아하는 것은 나 또한 어쩔수 없이 젖어드는 오늘날을 지배하는 성향인 것 같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거장의 책. 시대의 고전을 마주칠 때마다 고전이 공연히 고전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꺠닿게 되고 만다.
삶이란 것은 무엇인가. 역사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세상이란 것은 과연 어떻게 움직여 가는 것인가. 그 거대한 구조속에서 내가 살아야 할 방향과 내가 선택하는 삶의 방식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경제. 오로지 경제와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정신적 풍조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거장의 책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삶의 의미에 대해서.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잊어버렸지만, 결코 한번도 완전히 잊어버리지 못한 숨겨진 질문을 다시금 의식의 한가운데로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이 겨울. 하동안 나는 이 문제를 부여않고 고민을 하여야 할 것 같다.